경기도 시흥시에는 시민호민관이라는 독특한 옴부즈맨 제도가 있다. 옴부즈맨 제도라는 게 일종의 민원조사관인데, 시흥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호민관이 상근하면서 독임제로 운영한다. 비상근에 합의제로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 옴부즈맨 제도와는 권한·책임 수준이 비할 바가 아니다. 초대 시흥시 호민관을 지낸 임유씨는 “약자들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그나마 균형추가 맞다”고 말한다. 그가 호민관 시절 보고 듣고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시민은 억울하다>(한울)는 책으로 냈다. <매일노동뉴스>가 일부 내용을 발췌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게재한다.<편집자>

땅 사서 미등기 상태로 있다가 2년 후 이를 되팔았다. 그런데 발각(?)이 됐다. 몰랐다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양도소득세와 미신고 가산세를 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최근, 시로부터 취득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취득세는 그러려니 하지만 가산세는 정말이지 억울하다. 세무서가 세금을 추징할 때 시에 통보만 해 줬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민원인은 2008년도에 ○○동에 위치한 토지를 사서 2년을 보유하다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매매 차익을 남겼다. 그런데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절세(이 경우는 ‘탈세’가 맞다)를 목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흔히 사용되는 이른바 ‘미등기 전매’를 한 것이니 형식적으로는 양도세나 취득세를 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자신에게 땅을 팔았던 주인이 자신에게 땅을 산 사람에게 직접 판 것으로 하겠다고 ‘동조’한 경우니 누군가 정보를 주지 않는 한 민원인의 소행(?)이 드러날 리도 없었다. 물론 그는 다른 주장을 편다.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등기를 하지 못했던 것이지 세금을 안 낼 목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굳이 내가 ‘진실’을 규명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그리 생각했다. 도덕적 잣대는 나 말고도 들이밀 사람이 많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불법을 저지르면 벌은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법에서 정한 세금을 내는 것이 벌이다. 내지 않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기본이라면 미신고 가산세는 덤이다. 여기까지는 설사 민원인이 모르고 그랬더라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다. 민원인도 그 점만은 인정했다. 그런데 진짜는 그 다음부터였다. 민원인이 씩씩거리며 나를 찾은 이유기도 하다.

“그렇게 세무서로부터 양도소득세와 미신고 가산세를 부과받고 이를 납부한 게 3년 전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시청에서 취득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실상 취득 행위를 한 것이니 취득세를 내라는 말은 알겠습니다. 낼 걸 안 냈으니 당연히 내야죠. 그런데 가산세는 억울합니다. 자그마치 취득세 납부가 2천47일이나 지연됐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양도소득세를 낸 시점부터 지금까지 기간은 제 과실이 아닙니다. 세무서든 시청이든 모두 국가기관인데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돼서 생긴 일을 왜 제가 책임져야 합니까.”

300만원 남짓 가산세가 나온 모양이었다. 민원인 말대로 양도소득세를 낸 시점까지만 취득세 가산세를 부과한다면 대략 200만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세금이나 떼먹는 ‘파렴치범’으로 비치는 것이 제일 분하다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민원인 말마따나 세무서든 시청이든 다 같은 국가기관인데 양도소득세를 추징하면서 시청에 알렸으면 되는 일을 3년이나 지나 통보하는 바람에 애먼 가산세만 3년치를 더 물게 됐으니 ‘방귀는 뀌었어도 성은 낼 만해’ 보였다.

억울한 것 같지 않으냐는 물음에 담당 공무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단호한 어조로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조세행정이라는 것이 원래 보수적이기 때문에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의 입장은 완강했다. 수용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주장을 접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소송할 시간이라도 벌어주는 게 도리였다. 다음은 당시 호민관이 민원인에게 보낸 ‘차가운’ 편지(불인용 통보서)의 한 토막이다. 호민관 얘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의 입장에 완전히 동화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솔직히 왜 그렇게 강경하게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불편하고, ‘재수 없기’까지 하다.

“지방세법 제20조에 따르면, 취득세는 부동산 등을 취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또한 취득세의 경우 납부 방식으로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가 신고를 하기 전에는 행정청에서 그 여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세무서로부터 최근(2013년 ○○월○○일) 통보된 문서를 통해 미등기 전매 여부를 인지하게 됐을 뿐 그전에는 사실 자체를 인지할 수 없었으므로 납부불성실가산세 부과는 적법한 조치’라는 시의 입장은 옳습니다. 따라서 본 고충민원은 인용하지 않고 조사를 제외하고자 합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다만 ○○세무서와의 다툼의 여지는 있어 보이는바, 소송 등과 같은 다른 구제 수단을 이용하실 것을 권합니다.”

[국세]
행정 서비스 등 국가 업무를 수행하는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부과·징수하는 조세를 말한다. 국세의 종류는 내국세와 관세, 그리고 목적세로 대별되지만 국세기본법상 국세는 내국세만을 의미한다. 내국세는 다시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뉘는데,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 등은 직접세이며 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주세·인지세·증권거래세 등은 간접세다. 관세는 통관절차를 거치는 물품에 부과되는 조세로서 재정 수입의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재정 관세와 국내 산업의 보호·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보호 관세로 나뉜다.

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 등과 같은 일반법이 있으며, 각각의 세목마다 개별 법률(소득세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 등)이 제정돼 납세의무자·과세물건·과세표준·세율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은 여러 과세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실질과세의 원칙(제14조), 신의성실의 원칙(제15조), 근거과세의 원칙(제16조) 등이 그것이다.

한편 국세징수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며(제27조), 국세는 다른 공과금 기타의 채권에 우선해 징수하고(제35조) 납세담보물을 매각한 때에는 국세는 지방세에 우선해 징수한다(제37조). 또한 국세에 관해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 등으로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당한 자는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할 수 있으며(제55조 및 제66조), 위법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에 대한 결정을 거쳐야 제기할 수 있다(제56조).

[지방세]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주민에게 부과·징수하는 조세를 말한다. 어떠한 조세를 국세 또는 지방세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세원의 규모와 분포, 재정의 여건, 행정의 편의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법에 정하는 바에 의해 지방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으며(제2조), 세목은 특별시세와 광역시세 그리고 도세·구세·시(군)세로 대별되며(제6조), 다시 취득세·주민세·자동차세 등과 같은 보통세와 지역자원 시설세·지방교육세 등과 같은 목적세로 나뉜다.

지방자치단체는 세제 자주권에 근거해 지방세의 세목·과세객체·과세표준·세율 기타 부과·징수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지방세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례로써 정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례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제3조).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자치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과세면제 및 불균일과세 그리고 일부과세 등을 할 수 있으며(제7조 및 제8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천재지변 기타 특수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제9조의 2). 지방세는 원칙적으로 다른 공과금과 기타의 채권에 우선해 징수하며(제31조), 도세는 시(군)세에 우선하고(제34조), 기타 지방세의 부과·징수에 관해 지방세법령 및 다른 법령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국세기본법과 국세징수법을 준용하며(제82조), 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령을 준용한다(제8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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