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사민정이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서울형 노동시간단축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노동시간을 큰 폭으로 단축하고 교대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일자리 창출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가 주최했다.

"서울시, 괜찮은 노동시간 모델 마련해야"

서울모델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는 올해 9월부터 일자리 협약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사회적 협약과 조례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괜찮은 노동시간 제도'(decent work time)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장시간 노동체제를 바꾸고, 교대제 사업장의 근무형태를 전환하면서 비정규직 업무를 정규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시간단축 모델을 개발·적용하고,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신규인력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법정노동시간인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서울시 노동자는 66만9천명이다. 이들이 초과한 노동시간은 713만시간이나 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이 법정노동시간만 준수해도 13만7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노동시간단축 모델을 적용하고 청년의무고용 할당제 준수비율을 확대해 신규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자들의 경우 주당 1.1회 초과근로를 하고 있으며, 전체의 27.5%가 48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연차휴가 사용율은 39%에 그친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공공부문부터 노동시간단축, 일과 삶의 균형, 일자리 나누기를 연동시키는 정책을 펼쳐 노동자들의 시간부족을 해소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서울형 모델은 8시간 근무제를 벗어나 6시간·7시간 근무제로 설계할 수도 있다"며 장시간 노동 사업장 외에도 중고령자 일자리나 민간위탁기관을 직영화하면서 이같은 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실노동시간이 9시간에 달하는 서울의료원에 6시간 모델을 적용하면 일·삶 균형과 인력충원을 함께 도모할 뿐만 아니라 이를 민간병원으로도 확산시킬 수 있다"며 "민간위탁기관인 다산콜센터를 직영화하고 6~7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기존 임금을 보장하고 정원 규정과도 충돌하지 않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금보전은 여전히 난제 … "시 차원 대책 필요"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괜찮은 노동시간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쟁점이 될 임금보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동시간단축에 대해서는 임금보전 문제를 넘어서 접근해야 한다"며 "주당 총 노동시간을 향후 5년 내 주 35시간제로 과감히 축소하고 연차휴가를 전면적으로 사용하는 등 노조의 인식 전환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태영 서울시설공단노조 위원장은 "서울시 투자기관의 평균 결원율은 1.2%로 부족인원이 총 208명이나 되고, 서울시설공단의 경우 보유연차를 3분의 1 수준만 사용한다"며 "서울시가 초과근로를 줄이고 연차사용 촉진하는 대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상호 사무금융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지부장은 "노동시간단축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도 재원의 한계가 명확하고, 인건비를 쪼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업무체계 개선으로 절감한 경비를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분을 사회경제적 서비스를 구매·제공하는 것으로 보전하는 방식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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