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 운동)은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자동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 우려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 준다. 반면 산업화 이후에도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면서 우려가 기우에 그쳤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노동은 기계가 대체했지만 다변화한 제조업종과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산업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로봇의 습격

최근에는 지식노동·인간노동을 대체하는 지능형 컴퓨터·인간형 로봇이 개발되면서 인간노동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기계화·자동화는 노동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국노총 노사갈등해소지원센터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은 “로봇의 습격으로 앞으로 10~20년 내에 국가 간 일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기계가 괜찮은(질 좋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중산층이 붕괴한다면 시장 축소(상품판매 하락)로 인해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1세기 기계화·자동화는 18세기 산업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에 이르렀다. 지능형 컴퓨터·인간형 로봇이 인공지능형 고차원 노동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3D 프린터는 아이들 장난감 같은 단순한 물건부터 자동차·총기류, 최근에는 인공장기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3D 프린터가 제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포레스터연구소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미국 노동시장에서 2천2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년 내에 현존하는 일자리 중 47%가 없어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효수 전 총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출현하겠지만 지능형 로봇은 인간만이 가능했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며 “경쟁력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일자리 지형은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간노동의 변화, 생산·노사관계 변화 이끌어

앞으로는 어떤 종류의 일자리가 증가할까. 이 전 총장은 인간형 로봇이 넘보기 어려운 세 가지 일자리 유형으로 △창의성을 요하는 일자리 △협력·협상 같은 사회지능을 요하는 일자리 △조작(manipulation)을 요하는 일자리를 제시했다.

반면 회계사·약사 같이 전문직이라도 창의성을 요하지 않거나 산업화 시대 이후 일자리 피난처가 된 서비스산업은 지능형 컴퓨터나 인간형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산층 붕괴가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괜찮은 일자리로 표현되는 정형적인 일자리 상당수는 기계로 대체되고 인간은 창조형 일자리(고임금)나 비정형 단순 일자리(저임금)로 양극화한 노동을 수행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전 교수는 “자본은 기계인간을 통해 자본축적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노동소득으로 분배하는 몫은 적어지면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어렵게 된다”며 “자본가도 자본주의도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홍렬 한국정보통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적자원에 내재돼 있던 지식 중 집적될 수 있는 내용은 IT로 관리·축적·유통이 가능하기에 인간의 생산력 내용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제조)공정과 숙련의 중요성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 인적자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변화로 평생고용 의미가 퇴색하고 전문성·창조성을 담보하도록 하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강화할 것”이라며 “생산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자본이 일방적으로 노동을 착취 혹은 이용하는 방식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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