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단이 9일 정기국회에서 합의해 처리하기로 한 법안에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포함된 가운데 이 법이 국정원의 권력을 과도하게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리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주최했다.

현재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비롯한 3건의 테러방지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테러 대책기관을 국가정보원에 설치하고 테러 예방·대응활동을 관할하게 하는 등 국정원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오 교수는 이들 법안이 테러 개념을 특정하지 않고 있거나, 이미 형법상 범죄로 규정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입맛에 따라 테러 개념을 무한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대테러 대책기구의 기능·범위 규정이 불명확해 법만 만들어 주면 알아서 할 테니 권력을 모아 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이 대통령 소속기관인 만큼 대통령 권력이 과도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오 교수는 "테러방지법은 대책회의 장이 대통령을 경유해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헌이며, 군사독재 부활 의심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행 제도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테러대책을 개선하고 국정원의 권력남용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문했다. 유엔 고등판무관실은 2005년 세계 각국 정부의 대테러 활동이 정부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을 탄압하는 데 쓰이거나 반인권행위·경찰권 남용의 근거로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는 "사이버테러방지 및 대응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포함해 현재 제안된 사이버테러 관련법안이 사실상 국정원에게 모든 정보통신에 대한 수사·사찰권을 보장하고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새누리당이 내놓은 테러방지 관련법들은 정보의 훼손·왜곡 전파를 모두 사이버테러로, 정보통신시설과 정보를 보호하는 활동을 모두 사이버안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을 테러전담기관으로 세워 활동권한을 과도하게 보장한 것이다.

이 이사는 "지금도 국정원의 사이버 관할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사이버 분야에서 민간감시의 합법적 권한을 갖도록 하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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