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정부의 통계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수치는 '산재통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조사표 보고건수(2014년 7월1일~2015년 6월30일)를 기초로 한 상위 50개 사업장 현황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92명, 현대중공업㈜ 284명,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183명,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162명, 금호타이어㈜ 110명으로 산재 건수가 나타나 있다.

실제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통해 확인해 보면, 산재보고 건수가 상당히 축소되거나 은폐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업주가 산재로 신청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공상 처리하는 경우는 위 산재 건수의 최소 두세 배를 웃돈다. 강성이라고 하는 금속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현실이다.

아직도 사업주는 산업재해 보고제도에 대해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2014년 7월1일부터 시행한 ‘사망자 또는 연속 휴업 3일 이상 산재발생신고의무’(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시행규칙 제4조)는 현장에서 큰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

실제 2014년 7월1일부터 시행한 제도가 어떠했는지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통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노동부가 2014년 7월1일부터 2015년 6월30일까지 1년간 휴업 3일 이상 재해로 산업재해조사표에 입력한 건수는 모두 4만3천689건(접수건수는 4만7천157건)이다. 이 중 사고 재해자수는 4만2천186명, 질병 재해자수는 1천503명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재해자수는 9만909명이다. 산재발생 보고제도가 ‘연속 휴업 3일 이상’ 요건을 감안하더라도 5만건 이상 차이가 난다. 동일 기간에 있어 공단이 휴업급여를 지급한 건수는 6만3천510건이다. 6만3천510건은 공단이 휴업 4일 이상 재해에 대해 휴업급여를 지급한 사건이다. 공단의 휴업급여 지급건수 범위가 산업재해 발생보고의 요건보다 넓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만9천821건의 차이를 보인다. 통계상 약 2만건의 재해는 지금도 산재로 보고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동부의 ‘산재 미보고 적발건수 및 과태료 부과실적’ 자료를 보면 적발건수는 일단 2010년 1천908건, 2011년 456건, 2012년 1천242건, 2013년 192건, 2014년 726건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자료를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은 실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명단을 참조해서 적발하는 소극적 행정에 그치고 있다. 2014년 적발건수 726건 중에서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가 431건, 산재은폐 신고센터가 32건, 사업장 감독 등이 48건이었다. 노동부가 현장 감독을 해서 파악하는 건수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를 단순히 산업안전 감독인원 부족문제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산재발생 보고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연속 3일 휴업'이라는 요건을 악용하고 있다. 즉 부분휴업 및 공상치료 등의 명목으로 연속 3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동자를 압박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조상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에 걸린 사람"을 반드시 3일의 연속적 휴업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재해일자를 제외함으로써 당해 요건이 완화되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공단의 산재 인정요건과 통계와의 일치(휴업 또는 요양 4일 이상의 재해)를 위해서도 현재의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

나아가 산재은폐에 대해 제3자의 신고와 이로 인한 포상금 지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재은폐가 중요한 범죄행위라는 기조하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조사시 관련자에 대해 공익보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개별실적요율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산재처리와 발생보고가 극히 미미한 현실에서 해당 제도가 산재은폐의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산재발생신고와 산재신청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업장의 경우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대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덧붙여 산재발생신고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소극적 행정으로는 사업장의 공상처리와 이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만 증가할 뿐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산재 사망률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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