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는 시민호민관이라는 독특한 옴부즈맨 제도가 있다. 옴부즈맨 제도라는 게 일종의 민원조사관인데, 시흥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호민관이 상근하면서 독임제로 운영한다. 비상근에 합의제로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 옴부즈맨 제도와는 권한·책임 수준이 비할 바가 아니다. 초대 시흥시 호민관을 지낸 임유씨는 “약자들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그나마 균형추가 맞다”고 말한다. 그가 호민관 시절 보고 듣고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시민은 억울하다>(한울)는 책으로 냈다. <매일노동뉴스>가 일부 내용을 발췌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게재한다.<편집자>



벌금·범칙금·과징금·이행강제금·과태료…. 솔직히 난 지금도 이들 사이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게 그것 같고 알겠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 나이에 법을 꼭 그렇게 많이(?) 알 필요도 없으니 이들이 서로 비슷하든 말든 상관할 바도 아니지만, 자꾸 걸려 불편하다. 어떨 때는 꿈자리에 나타나기도 한다. 인생 말년(?)에 터진 자리(호민관) 복 탓에 평생 읽었던 법보다 더 많은 법을 보고 또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답답해서라도 더는 안 되겠다. 그 차이를 좀 알아야겠다.

호민관이 돼서 가장 많이(자주) 읽은 법률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개발제한법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개발제한구역법), 스무 자에 이르는 이 슈퍼 울트라 초강력 법률만 보더라도 이행강제금(제30조의2), 징역 또는 벌금(제31조 및 제32조) 그리고 과태료(제34조)와 같은 온갖 벌칙 조항이 총망라돼 있다. 건축법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행강제금(제80조), 징역·금고·벌금(제106조~111조), 과태료(제113조) 순서로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농지법(제57조)은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일정 금액(1천만원, 3천만원 등) 대신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처럼 토지가격 변화에 벌금 액수를 연동시키고 있다.

통상 법률은, 마지막 부분에 ‘벌칙’이라는 장을 별도로 두고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강한 벌칙(징역 또는 벌금)에서 약한 벌칙 순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벌칙 부분이 끝나면 ‘과태료’가 등장해 대미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내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어디 통계가 있는 게 아니니 그러려니 하시라.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과태료든 벌금이든 그리고 이행강제금이든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했을 때 통상 부과되는 ‘제재’의 종류들일 텐데 벌금과 과태료는 한 묶음으로 규정하면서 어째 이행강제금은 항상 따로 노느냐 하는 것이다. 벌금은 형벌이지만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은 행정벌 성격이니까 묶으려면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함께 규정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다. 벌칙들 사이에 정말 차이가 있기라도 한 거야?

너는 누구냐 : 벌금의 모든 것

우리나라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벌(형)은 총 아홉 가지다. 그중 생명형인 사형과 자유형인 징역·금고·구류 그리고 자격형인 자격상실·자격정지 등 여섯 가지를 제하면 ‘일정 금액을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형벌’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재산형만 남는데, 벌금과 과료 그리고 몰수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 아홉 가지 형벌 중에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무엇일까? 누가 묻는다면, 난 단연코 ‘벌금’이라 답할 것이다. 왠지 모르게 ‘벌’같이 느껴지지도 않고 꼭 잘못하지 않아도 재수 없으면 받을 수 있는 ‘무엇’으로 생각되기도 해서다. 아무튼 벌금이 제일 만만한 ‘벌’이라는 얘기인데, 사실은 이 ‘친숙한’ 벌금도 과료보다는 더 ‘센’ 형벌이다. 최소한 금액이 5만원은 넘어야 벌금의 자리를 넘볼 수 있지, 그도 아니면 과료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도 벌금에 대한 애정(?)을 거둘 수 없다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뭔 말인지…. 하지만 이것은 기억하자. ‘재산형에는 벌금·과료·몰수가 있으며 이 중 벌금이 가장 무거운 형벌이다’라고 말이다. 재산형인 벌금은 자유형과 비교했을 때 금고보다는 가볍고 구류보다는 무거운 형벌이다. 형법 규정에 의하면 그 금액은 원칙적으로 5만원 이상으로 돼 있으며(형법 제45조), 벌금을 완납할 수 없는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된다(제69조2항).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난한 자들은 벌금형을 받아 봤자 납부할 돈이 없어 결국 자유형을 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몸으로 때운다”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물론 황제 노역은 여기서 제외다. 이것은 법 규정을 악용한 사례가 아닌가. 그리고 민원인을 만나다 보면 “시가 고발해서 벌금을 받아 빨간 줄이 처졌다”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전과자가 됐다는 말인데, 이제껏 나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 전과자가 되면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는 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은 아니지만, 벌금도 형벌인지라 ‘전과자가 되는 건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말이다.

죄를 짓고 벌을 받아도 호적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지는 않지만, 대신 수형인명부나 수형인명표 그리고 수사자료표 같은 서류에는 기록이 남는다고 한다. 이 중 수형인명부는 검찰청 등에서 관리하고 수형인명표는 수형인의 본적지 시청 등에서 관리하는데 ‘명부’나 ‘명표’ 공히 자격정지 이상의 형(사형이나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벌금형이나 구류·과료·몰수 등은 수형인명부와 수형인명표에 기재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벌금형은 명백히 전과 기록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수사자료표에는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기재된다고 한다. 이러니 벌금을 내면 ‘빨간 줄이 쳐진다’고 보는 것도 100퍼센트 틀린 말은 아니다. 호적과 검찰 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경찰 기록에는 남는 상황, 이래저래 벌금의 운명은 지랄이다.

한편 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후 일정 기간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전과를 말소할 수 있는 방법이 법(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1항)에 규정돼 있는데, 벌금의 경우는 2년이 경과한 때에 그 형이 자동으로 실효된다.

그래도 빨간 줄은 아니네 : 범칙금, 경계에 서다

쓰레기 방치나 자연 훼손 그리고 도로 무단 횡단, 노상 방뇨, 담배꽁초 버리기 등과 같은 경미한 범죄를 행한 사람들에게 사형·징역·금고·자격정지 등과 같은 중벌을 부과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과하다. 그래서 현행 형법은 경범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앞에 나온 중벌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럴 때 주로 쓰이는 벌칙이 바로 범칙금이다.

범칙금은 경찰서장이 법규 위반자에게 발부한다. 도로교통법은 별도 장을 마련(제14장, 범칙행위의 처리에 관한 특례)하면서까지 범칙금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부과된 범칙금을 내지 않을 경우 경찰서는 사건 처리를 법원에 넘기고 이때는 즉결심판이 열리는데 판사가 사건의 내용을 파악해서 ‘범칙금’이 아닌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전과라는 담장의 안쪽이 궁금해서 혹은 도무지 억울해 참을 수 없을 때 범칙금을 받은 사람들이 청구하는 것이 정식재판이다. 그러나 혹 떼려다 혹 붙인 경우처럼 재수가 없으면 담장 안쪽으로 추락해서 전과자(벌금형)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으니 득실을 찬찬히 따져 보고 결행할 일이다. 정식재판 청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말이다.

부당이익 환수만이 목적이 아니다 : 과징금의 진화

사전은 과징금을 “주로 경제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자가 위반행위를 함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 위반행위로 인한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고 오히려 경제적 불이익이 생기게 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행정 제재금”이라 적고 있다.

통상 누군가가 법을 위반해서 부당이득을 얻었는데도 법률에서 정한 형벌이나 과태료만으로는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어려울 경우 부과되는 행정상의 제재 수단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만약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면 이득은 10억원인데 벌칙은 벌금 1천만원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이 범법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부당이득과 형벌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제재 수단이 바로 과징금인 것이다. 그런데 과징금은 벌금이나 과태료와 달리 특정 법률에만 존재한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법에는 시장독점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조항이 들어 있는데, 만약 과징금 규정이 없다면 굴지의 대기업들이 담합 등을 통해 수백억 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갖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과징금은 행정법상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서의 ‘행정 제재적 요소’와 ‘부당이득 환수적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형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서 과징금 부과 형태가 바뀌고 있다. 부당이득금 환수라는 전통적 목적에서 점차 행정처분(영업정지 등)을 대체하는 금전적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식품위생법(제82조 및 제83조)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5조) 등이 대표적 예다.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은 자칫 사업자에게 치명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과징금의 적극적 도입(부과)은 평가할 만한(법을 제정한 자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까지는 잘 모르겠고, 순전히 내 생각으로!) 일이다. 과징금 부과야말로 죄와 벌의 균형 그리고 계도 목적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벌금을 물려라 : 억 소리 나는 이행강제금

이행강제금은 행정상 강제집행의 수단으로서 집행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사전에는 이행강제금을 “비대체적 작위의무(해야 할 의무, 예방접종 의무와 같이 타인이 대체할 수 없는 의무) 또는 부작위의무(하지 말아야 할 의무, '허가 없이는 건축을 해서는 아니 된다'와 같은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할 의무)를 이행치 아니하는 경우에 그 의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의무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과하는 금전적 부담 또는 강제금”이라 적고 있다.

이행강제금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건축법이다. 부과 대상도 광범위할 뿐 아니라 부과 금액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건축법에 따르면 신고나 허가 없이 건폐율 등을 위반할 경우 위반 면적 시가표준액의 50%가 부과된다. 시가표준액을 평당 50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열 평만 위반해도 이행강제금은 금세 2천500만원이 된다. 그것도 1년에 2회까지 부과할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원상회복되는 순간까지 매년 5천만원을 낼 수도 있다. 정말이지 억 소리 나는 이행강제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지법은 한술 더 뜬다. 부과 횟수는 건축법과 달리 1년 1회에 불과하지만 제재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농지를 산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거나 남에게 빌려준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해 농지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반복 부과된다. 결국 5년만 지나면 농지 가격의 전부를 이행강제금으로 토해 내는 꼴이니 실로 엄청난 벌칙이 아닌가 말이다.

또한 이행강제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법이 개발제한법이다. ‘최고 1억원, 연 2회’라는 부과 조건도 조건이지만, 개발제한구역이 많은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이곳에서는 건축법보다 이행강제금 부과 사례가 더 많다. 그리고 개발제한법 위반으로 단속을 당했다며 고충을 하소연하는 대부분의 민원인은 하나같이 과도한(?) 이행강제금 규모를 지적한다. 1천만원을 넘기는 경우는 예사고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받았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이행강제금은 과징금과 비슷한 성격이 있어 불법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이행강제금이 여전히 작기 때문에 불법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고서야 공장 임대해서 얼마나 번다고 수천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불법을 계속할 생각을 하느냐 말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무작정 이행강제금을 더 올리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려면 더 따져야 할 게 많다.

이행강제금은 부과 전 지켜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① 시정명령의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이행 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할 것과 ② 부과·징수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써 계고’하여야 할 것 그리고 ③ 금액·부과사유·납부기한·수납기관, 이의제기 방법 및 이의제기 기관을 구체적으로 문서로 밝힐 것 등이 그것이다. 한편 통상 시정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면 새로운 이행강제금의 부과를 즉시 중지하되 이미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징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들이다.

제일 약한 벌? 과태료

과태료는 법령 위반에 대해 부과되는 금전적 벌칙임이 분명하지만 벌금이나 과료와 다르게 형벌의 성질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처분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편할 듯하다. 그러나 법률 교과서는 과태료를 각각의 성질에 따라 질서벌로서의 과태료와 징계벌로서의 과태료 그리고 집행벌로서의 과태료 등으로 나누는데, 질서벌은 ‘형식적인 의무위반자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것’이고, 징계벌은 ‘일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변호사 등)이 직무상 의무에 위반했을 경우에 부과되는 것’으로서 그 직업을 감독하는 관청이 부과하는 것이 통례다. 또한 집행벌은 ‘행정상의 의무이행을 게을리한 사람에게 그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과하는 것’이나 현행법상 그 예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경우는 이행강제금과 같은 성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예가 없다니, 다행(?)이다.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혼동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한편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므로 그 부과 절차는 형사소송법에 의하지 않고 각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송사건절차법의 규정에 따르고, 지방자치법은 조례에 의한 과태료의 경우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부과하고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질서벌도 좋고 징계벌도 좋은데,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의 차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형벌이 아니라고 했으니 벌금과의 차이는 분명히 알겠는데, 어떨 때 과태료를 부과하고 또 어떤 경우에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지 아리송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과태료는 형벌이 아닌 것 중에 ‘제일 약한(부과 금액이 제일 작은) 벌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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