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원래 주 5일, 하루 6~7시간씩 일하기로 했는데 매장이 업무스케줄을 마음대로 바꾸고 손님이 적으면 퇴근시키는 '꺾기'를 시켜 한 달 월급이 겨우 27만원 나왔다. 이런 패스트푸드점 아니면 배달대행 아르바이트 같은 밑바닥 노동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한 '노동의 시작, 청소년 노동인권은 안녕한가요?' 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년활동가 이응씨의 이야기다.

이씨는 그후 22살인 지인의 명의를 빌려 다른 일터에 위장취업을 했다. 나이를 올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시급이 높아졌다. 게다가 "아무개야"가 아닌 "아무개씨"로 불렸다.

부당한 요구도 전보다 줄었다. 이씨는 "현장 청소년들은 고용노동부 안심알바센터의 존재조차 모른다"며 "청소년 노동에 편견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전담 노동권리 구제시스템은 미흡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첫 노동 평균 17세, 대부분 영세 서비스직종

일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대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일하는 청소년(15~24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근로청소년 유형 분석 및 유형별 정책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8명(61%)이 생계·생활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일했다. 첫 일을 시작한 나이는 평균 17세였다. 14세 이하 때 일을 시작했다는 응답도 11%나 됐다. 일하는 업·직종은 편의점·음식점·PC방·노래방·제과점·아이스크림점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일한 기간은 평균 20,5개월이었고, 근속기간은 9.6개월이었다. 일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빈번히 경험하는 부당한 행위는 △근무요일·시간이 아닌 때의 근무 요구 △초과근무 △언어폭력 △유급휴일 미보장 △휴게시간 미보장이었다.

김지경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계·생활을 위해 일해야 하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더 길게 일하고, 열악한 밑바닥 노동에 처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연장·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4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거나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동교육을 학교 밖 청소년시설로 확대하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동인권교육·권리구제 함께 이뤄져야"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차원에서 노동인권 교육체계와 상담·지원대책을 마련하는 추세다. 하지만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권리구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류한승 서울노동권익센터 교육홍보팀장은 "서비스업 변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열악한 노동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노동인권교육이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한편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구제 과정 전반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청소년 노동자의 자립을 지원할 당사자 역량강화정책, 청소년 일자리 발굴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도 내 초·중·고 교사 6천29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경험이나 계획을 가진 경우는 26.9%에 그쳤다"며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실행 계획·예산 배정을 포함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가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조례 같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교육대상을 확대하고 노동인권교육과 상담·권리구제가 함께 이뤄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안심알바신고센터를 민주인권교육센터 안에 설치해 권리구제와 상담창구를 일원화하고, 이를 공인노무사나 변호사의 법적 지원절차로 연계한 점을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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