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도 노조측이 사실상 패소했다. 이번에도 ‘고정성’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 27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23명이 정기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낸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2명에게 회사가 지급할 금액만 소폭 조정하면서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올해 1월 나온 1심 재판부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현대차서비스와 통합하기 전 옛 현대차와 옛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는 점을 들어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정한 근무일수를 채워야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현대차의 상여금 시행세칙이 근로기준법 제95조 감급(減給) 제한 규정에 위배돼 무효”라는 노동자쪽 법률대리인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해당 법조항은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 대해 감급의 제재를 정할 경우에 그 감액은 1회의 금액이 평균임금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이 1임금지급기의 임금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노동자가 일을 게을리하거나 회사 규율을 어겨 임금을 깎는 제재를 당하더라도 생계보호를 위해 감급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15일 이상 근무일수를 충족하지 않으면 상여금 청구권 자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근기법 감급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부는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이 받아 온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계산한 상여금을 지급받아 왔다는 점에서 고정성을 갖췄다"고 인정했다. 다만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연장수당을 받은 사실을 입증한 정비직 근로자 2명의 한해 임금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는 전체 현대차 근로자의 8.7%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이들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미지급 임금을 소급해 지급하더라도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되지는 않는다”며 회사측이 제기한 ‘신의성실의 원칙’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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