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여성노동정책에 성평등 관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경희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성노동정책, 기준을 묻다'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주최했다.

정부는 1995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옛 여성발전기본법)을 근거로 5년마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여성고용과 관련해 경제적 역량 강화와 일·가족 양립기반 구축이라는 과제를 세웠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보육분담률을 주요 지표로 삼았다.

김 교수는 "제4차 기본계획에서 이전 기본계획에서 사용됐던 핵심 개념인 성평등·차별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여성정책 기조가 성평등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못한 채 국가의 경제적 경쟁력 강화와 저출산 고령화 위기극복을 위한 여성인력 활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프레임이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여성을 2차 소득자이자 돌봄책임자로 상정하는 탓에 남성 성역할 변화에 대한 적극적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가족 내 돌봄노동을 둘러싼 불평등한 젠더관계를 시정하지 않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성고용률 증대만을 우선 목표로 한다면 일·가족 양립정책은 여성에게만 이중의 역할을 부과하는 것이 된다"며 "여성노동정책에 있어 성평등 개념과 목표를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정부 여성고용정책의 실패요인은 성평등한 노동정책의 부재"라며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사업장 내 성차별을 강화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일반적인 노동시간을 줄여 양성 모두에게 돌봄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특히 "비정규직 확산의 일순위가 여성일자리인 만큼 상시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명문화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외주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배분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사교섭력 복원을 여성노동운동의 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