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하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보여 주는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에서도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 달인이 목장갑을 착용한 채 회전하는 기계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축이 돌아가는 기계를 다룰 때에는 장갑을 착용해서는 안 된다. 장갑이 기계에 끼여 손이 말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국민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방송프로그램이 안전보건에 대해 잘못된 정보와 사례를 보여 주면 안전불감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국노총은 방송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4~11월 TV방송에 대한 안전보건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했다. 대상은 3개 시사·교양프로그램과 2개의 예능프로그램이었다.
한국노총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방송프로그램의 안전보건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현장을 다루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경우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사례가 허다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하려다 출연자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방송사 안전불감증에 대해 고용노동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노동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은 노동부 감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제작진이 연출해 위험한 환경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유 노무사는 "위험한 프로그램 제작을 지양하도록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장인은 보호구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예외인식을 방송이 없애 줘야 한다”며 “노동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방송국과 방송심의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방송프로그램의 안전보건 강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