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김무성 의원안)에 대해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 7명과 전국여성노조·청년유니온 등 10개 노조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새누리당 노동개혁 5대 입법, 노동개혁인가 노동재앙인가’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전문가들이 법안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하고, 성별·세대별 노조가 당사자 입장에서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무성표 근기법, 노동시간단축 역행

김선수 변호사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동시간이 늘고, 통상임금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무성 의원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52시간으로 제한하되 시행시기를 기업규모에 따라 최대 2020년까지 늦췄다. 노사 서면합의가 있으면 2023년까지 휴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주당 총 60시간의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시점을 2024년으로 미룬 것이다.

김 변호사는 김무성안이 통과되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사업장 종사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지만 노조 조직률은 10%대에 불과하다”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노조가 거의 조직돼 있지 않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노사 서면합의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2020년부터 52시간제를 적용받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4년 동안 추가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의 불확실성이 커져 사용자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무성안은 대통령령으로 통상임금 제외금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구체적인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하게 되면, 사용자는 되도록 많은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도록 임금체계를 변경할 것"이라며 "임금을 인상할 때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않는 수당 위주로 손을 대 통상임금 범위를 인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이 연장근로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만큼 오히려 심야·휴일노동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개악, 여성·노인·청년 겨눴다"

새누리당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분석한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개정안이 기업의 인건비 절감과 비정규직 활용을 원활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인제 의원이 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파견법 개정안은 고령자 파견을 전면 허용하고,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에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소장은 올해 고용형태 공시자료를 분석해 기간제 비율이 18.3%로 지난해 15.6%에서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간제가 없는 기업 비율도 지난해 63.2%에서 올해 61.7%로 줄었다. 김 교수는 “통계를 봤을 때 기간제한 때문에 기간제가 줄어든다는 가설은 성립하기 어렵다”며 “일자리가 단기화하는 것을 염려해 최대 고용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은 무한한 계약 기간 연장이 기간제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여당이 용역·호출·위임 등 20%에 달하는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려 든다”며 “제조업 파견 허용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하는 나이는 대부분 35세 이상이고 주로 비정규직”이라며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는 것은 그나마 여성노동자 취업이 많은 공공부문에서 2년 후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년층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나이가 들수록 돈 쓸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질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정부·여당이 청년을 팔아 노동개악을 시도하는데 정작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과 같은 청년을 위한 정책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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