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근무하는 버스노동자의 운전시간이 최대 18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피로가 쌓여 졸음운전을 할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운수업종의 장시간 근로가 버스노동자는 물론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기 위해 버스노동자의 일일 최대 운전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운수업은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다. 결국 특례업종에서 운수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노련(위원장 류근중)과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운수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버스노동자의 건강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시민의 안전과 버스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장시간 일하는 버스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근로로 오후에 졸린 상태로 운전

김형렬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가 이날 발표한 '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와 광주시에서 근무하는 버스 기사는 점심식사를 한 이후부터 퇴근 전까지 졸린 상태로 운전하고 있었다. 김형렬 교수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서울시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는 시내·광역버스 기사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김 교수는 운행상황별 졸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카로린스카 졸음 유형(KSS)'를 이용해 분석했다. KSS 점수가 1일 경우는 정신이 또렷한 상태, 9점은 골아떨어지기 직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경기도와 광주시의 시내·광역버스 기사의 KSS지수는 평균 5.106이었다. 5점 이상은 약간 졸린 상태로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버스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지역 기사의 KSS지수는 평균 3.44로 근무 동안 졸음을 느끼지 않았다. 서울이 경기도·광주시와 비교해 KSS지수가 낮은 이유는 버스기사의 운전시간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서울지역은 1일 2교대를 운영해 버스 기사는 일일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0시간 운전한다. 반면 경기도는 격일제를, 광주시는 정규직의 경우 1일2교대, 비정규직의 경우 격일제 교대제를 적용받는다. 경기도의 시내버스 기사 98.6%는 일일 16시간에서 24시간 미만으로 운전한다고 답했다. 광주시의 정규직 버스기사 85.2%는 12시간에서 16시간 동안 운전한다. 반면 비정규직 기사 95.6%는 16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으로 운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버스노동자,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버스노동자들은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의 시내·광역버스 기사 중 지난 1년 동안 1회 이상 교통사고를 냈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57.6, 55.8%였다. 서울시 버스기사는 54.6%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응속도 시험에서도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집중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경기도 버스기사의 집중도는 불규칙했다. 출근한 시점부터 퇴근할 때까지 집중도가 등락을 반복했다. 김 교수는 “누적 피로로 인해 집중도가 불규칙한 것”이라며 “24시간 혈압을 측정한 버스기사 20명 중 7명은 수면 중에도 혈압하강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격일제 근무로 인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일 최대 운전시간을 제한하고 운수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버스기사가 12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며 “일 3시간30분의 휴식을 보장하고, 운전시간을 제한해야 버스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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