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안전업무 종사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파견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건의료·항공사 조종사와 소방업무·환경업무·건축 기술사 같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에 파견이 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현행 파견법은 조종사를 파견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를 용역회사를 통해 채용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2천751명 조종사 중 398명(14.5%)이 외국 용역회사와 계약한 외국인들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행기 안전은 기장과 부기장의 긴밀한 협조와 신뢰를 통해 이뤄지는데 조종사 간 갈등이 일면 그 관계가 깨진다"며 "용역회사 조종사에게는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데 앞으로 파견이 확대되면 승객 안전은 더욱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병원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우려를 나타냈다. 방역관리체계를 벗어나는 파견노동자가 늘어나면 환자 안전과 생명에 심대한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이송요원을 비롯한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은 메르스에 노출된 채 환자들과 접촉했다. 병원측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감염관리체계에서 제외한 탓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장은 "파견법 시행령은 간호업무(의료법에 따른 의료인의 업무)에 대한 파견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불법으로 이뤄지다 적발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병원 내 모든 직종에 대한 파견이 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다루는 모든 업무에 파견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새누리당 개정안은 공공부문과 안전부문에서 파견노동을 대폭 확대해 시민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제2의 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를 불러올 악법"이라며 "국회는 안전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고용안정과 공정한 보상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도모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관리직·전문직 중 소득 상위 25%를 대상으로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천개에 가까운 업종이 파견대상 업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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