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노동관련법 입법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을 적용하면 파견노동자가 700만명을 훌쩍 넘어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이 파견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했다.

반면에 정부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견 허용범위가 늘어나더라도 노동계 걱정만큼 파견노동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파견노동자가 어느 정도까지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파견대상 최대 70만명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연맹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대로라면 500만명의 전문직이 파견허용 대상이 된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은 현재 허용되고 있는 32개 업무에 속하지 않더라도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대분류 1(관리직)·2(전문직) 중 소득상위 25%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452만3천명이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500만명이 파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55세 고령자에 대한 파견규제를 풀면 파견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전문직과 고령자 중복자를 제외하면 741만4천명이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이 파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이 파견 허용대상으로 삼은 뿌리산업 노동자가 42만명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파견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소득상위 25%(지난해 기준 연봉 5천497만원) 이상은 68만9천명이다. 최대 70만여명이 파견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사용자들이 무조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70만명 중에서도 일부만 파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정책관은 이어 "뿌리산업 파견허용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뿌리산업법)은 뿌리산업을 영위하는 '뿌리기업'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승순 고용차별개선과장은 “노동계 주장대로라면 현재 파견이 허용된 32개 업무를 하는 근로자 100만명이 전부 파견근로자가 돼야 하지만 실제는 1만명에 불과하다”며 “회사를 그만둔 뒤 치킨집을 하는 것보다 파견업체에서라도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새누리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파견전환이나 임금삭감 압박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장기근속 노동자들에게 파견으로 돌리겠다는 압력을 가해 임금을 삭감하거나 조기퇴출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사 파견허용 절대 안 해”

노동계와 야당은 그간 파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교사와 기자·금융업 같은 공익성이 강한 업무까지 파견규제가 풀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나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소득상위 25%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항공기 조종사와 현행 파견법 시행령상 절대파견금지 업종으로 분류되는 병원종사자에 대한 파견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파견법 시행령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간호사를 포함해 의료종사자에 대한 파견규제 완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파견법 개정안에 절대파견금지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서는 파견규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조종사의 경우 파견법상 파견 허용업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파견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하지만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파견 빗장을 풀 경우 "안전에 직결된 업무에는 파견을 금지하겠다"던 정부 방침이 무색해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파견 허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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