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1

선거로 집권하면 파쇼정권이 될 수 없는가. 한국에서는, 특히 진보 진영에서는 지금 박근혜 정권의 통치 행태를 보고 놀라움에 빠져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나 할까. 아무리 군사독재자 박정희의 딸이지만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파쇼통치로 되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는 물론이고 경제민주화 공약이 폐기되고 충격적 사건이 연이은 2013년과 2014년까지도 그랬다.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지만 통진당만의 문제로 간주됐다.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 또한 그냥 신자유주의의 문제라거나 혹은 국가가 국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문제, 대통령이 국민 고통에 함께하고자 소통하지 않는 문제로 파악됐다. 그 사건의 진실은 체제의 오른팔과 왼팔의 협력에 의해 철저히 은폐된 가운데 “박근혜가 책임져라”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무책임한 국정운영 문제로 간주돼 왔다.

그러다 2015년에 들어서면서 정권이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데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지 않은, 선거를 통해 집권한 권력이므로 파쇼정권이 아닐 거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선거를 통해 집권했으나 파쇼통치로 나아간 히틀러의 전례가 있음에도 한국 진보진영은 당시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들처럼 자신들이 이룩한(?) 민주화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해 왔다. 한국 진보진영 좌파도 당시 독일 공산당이 그랬던 파시즘의 위험에 대해 안이하게 평가했다. 2015년에 와서야 한국 진보진영은 히틀러가 선거로 집권했지만 파쇼통치로 나아갔던 것처럼 박근혜 정권도 선거로-물론 부정을 포함해서-당선됐지만 파쇼통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독일 진보진영이 그랬던 것처럼.

쟁점2

파쇼통치는 무엇 때문에 등장하는가. 한국 진보운동은 현재 박근혜 정권이 파쇼통치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격상 문제이며,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정권의 통치형태를 되풀이하는 문제라고 안이하게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아버지 장-마리 르펜을 이어 당수가 됐지만, 부친의 반유대 정책과 결별하고 마침내 아버지를 버렸다. 따라서 박근혜의 파쇼통치도 무조건 아버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는 왜 아버지의 통치를 계승하려고 하는가. 정신적으로 파쇼 성향을 물려받았다는 주관적 조건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면 그렇게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드는 객관적 조건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남한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파쇼통치로 나아가게 만드는 객관적 요인은 지금 진행 중에 있는 세계경제 대공황이다. 이 초유의 자본주의 위기가 세계 많은 정권들로 하여금 파쇼통치로 기울어지게 만들고 있다. 또 세계 도처에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촉발시키거나 테러를 유도해 세계적 무질서를 만들고 있다. 이슬람국가(IS)의 이번 테러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사실 자본주의 생산양식 아래에서는 자본가들조차도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현상적으로 볼 때 가치(화폐는 그것의 화신이다!)가 스스로 가치를 낳는 ‘자기증식’의 물적 메커니즘으로 존재한다. 개개의 자본가는 이 물적 메커니즘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이윤추구 활동을 맹목적으로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르크스는 이 점에 주목해 자본가를 인격화한 자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정치권력은 이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고, 이러한 물적 메커니즘을 자기 맘대로 좌우하는 힘센 인격체들인가.

그들은 개별 자본가들과 달리 자본가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그러나 그들 또한 자본주의라는 물적 메커니즘의 명령에 종속돼 있는, 정치적으로 인격화된 자본이다. 개별 자본이 구조조정으로 이윤율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정치권력은 그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노동법 개악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파쇼통치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토대와 분리시켜 파악하거나 대처해서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 만약 그의 파쇼통치가 독립적인 인격의 문제라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의 정권교체로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를 그렇게 나아가도록 만들고 있는 자본주의 가치증식 메커니즘이 문제라면 그 불합리한 메커니즘을 변혁하는 것이 의제에 올라야만 할 것이다.

쟁점3

세계 자본주의는 건재한가. 알다시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이번 경제대공황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장·최대의 경제공황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대변지인 <이코노미스트>조차 이번호 표지에서 ‘부채 이야기’라며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사설 제목을 ‘도무지 끝나지 않는 (위기) 이야기’(The never-ending story)라고 달았다.

그리고 거품붕괴를 동반한 경제대공황이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첫 출발은 미국의 주택거품 붕괴였고, 두 번째는 유로화 위기였으며, 세 번째로 지금 신흥시장들에게 부채위기가 진행 중이며, 네 번째 위기로 미국발 경제공황이 올지 모른다고 우울하게 전망했다. 세계적인 양적완화로 달러가치가 높아지면 미국에 소비거품이 조성된 후 붕괴할 것이라고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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