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신종 감염병 관리를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지만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왔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5개 의료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9월 질병관리본부 위상 강화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24시간 긴급상황실 설치, 전문인력과 음압병실 같은 인프라 확충을 담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부터는 복지부 소관으로 의료단체·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적 실행계획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정부 약속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직 안 지켜졌거나, 너무 허술한 단기처방에 머물러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소속 이왕준 정책이사는 "정부는 대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 안건 논의를 협의체로 이관했지만 여전히 메르스 사태 피감기관 신분인 복지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개편방안의 문제점은 정부 방안을 일선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계획을 수립·진행할지 구체적 내용이 안 그려진다는 것"이라며 "일례로 신종 감염병 환자에 대한 선별진료를 병원이 어떤 인력·시설·절차로 이행할지 모호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김윤 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는 "정부 대책 중 국가방역체계 강화에 해당하는 공중보건관리대책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역학조사관 예산도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그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병이 재발한 마지막 메르스 환자는 일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고 그와 접촉한 61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며 "결국 올해 5월 첫 메르스 환자 때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정부의 9월 대책은 단기적 대책에 치중하면서 중장기적 대책과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빠진 채 마련됐다"며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공중보건상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하는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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