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차벽 설치에 항의하며 차벽에 줄을 매달아 당기고 있다. 경찰은 캡사이신 물대포를 직접 겨냥해 쐈다. 정기훈 기자
▲ 보성군농민회 소속 농민 백남기(69)씨가 종로구청 네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백씨에게 20초 이상 물대포를 발사했다. 백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위독한 상태다. 윤성희 기자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 국정운영이 성난 민심에 불을 댕겼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13만여명의 시위대를 향해 정부는 고농축 최루액이 섞인 직사 물대포로 대응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69)씨가 중태에 빠졌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집회 참가자 51명이 경찰에 연행돼 이 중 49명이 입건됐다. 총궐기대회 주최측은 정부의 강경대응을 ‘살인진압’으로 규정하고 다음달 5일 2차 총궐기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말 정국이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5일 오전 백씨가 입원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살인진압을 강행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강신명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백씨는 전날 저녁 병원으로 후송된 뒤 이날 새벽 4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백씨는 전날 저녁 6시56분께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경찰이 얼굴을 향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뒤로 쓰러졌다. 경찰은 백씨가 넘어진 뒤에도 20초 넘게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뇌출혈이 발생했고, 코뼈가 함몰되고 안구에도 이상이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투쟁본부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왜 분노하는지, 10만명이 넘는 국민이 왜 총궐기에 참여하는지 귀 기울이기는커녕 불법 폭력집회로 매도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했다”며 “다음달 5일 2차 총궐기를 개최해 이 정권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어떠한지 계속 보여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의 단체행동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민주노총은 법안 처리가 시도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불법필벌 원칙에 따라 빠짐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공안정국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날 긴급담화문을 발표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시위 주동자와 극렬 폭력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른 시일 내에 반드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도이자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고 국민에 대한 폭거”라며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강경한 과잉대응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해 충돌이 빚어지게 한 경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민의를 들으려 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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