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노사정 합의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관련법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통상임금의 개념에 대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에 이은 새누리당의 이른바 ‘노동시장 선진화법안’에는 근로기준법에 위와 같은 내용으로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두는 안이 포함돼 있다. 현행 근기법에는 없고 시행령 제6조1항에만 있는 것을, 근기법상 정의규정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것 자체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제외금품만을 명확히 하자"는 편향성이다. 노사정 합의와 새누리당 개정안은 모두 “통상임금을 둘러싼 산업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앞세운다. 하지만 그 방향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이 아닌지를 명확히 해서 혼란을 해소하자는 것이지, 실제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같은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명확히 인정해 법률쟁송 없이 노사 간 타협을 이끌어 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는 '낮은 기본급'을 기초로 하여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기본급' 같은 임금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킨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으로 인해 주간에 근로대가로 지급되는 시급이 법에 의해 1.5배 이상 가산되는 야간에 근로대가로 지급되는 시급보다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현재 쟁송 중인 대부분의 사건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 아닌지가 쟁점이다.

그런데도 노사정 합의는 통상임금 제외금품으로 “① 근로자의 건강, 노후생활 보장, 안전 등을 위한 보험료 ② 근로자 업적·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지급액이 미리 확정되지 아니한 임금 ③ 경영성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예시하고 있다.

'예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제외금품은 국회에서의 법률이 아니라 정부 시행령을 통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소송을 거쳐 법원의 인정을 얻어야만 되는 것이고, “무엇이 통상임금이 아닌가”라는 문제는 소송이 없더라도 법령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명백히 규정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정기상여금에 대한 쟁송은 보통 근로자들이 가진 상식과는 거리가 먼 지엽 말단으로 흐르고 있다. 가령 동일한 업종의 A사와 B사에 공통적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있다. 모두 회사가 임의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임금이 아니라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라고 하자. 그런데 B사에서는 A사에 없는 "2개월 가운데 최소한 10일은 일해야만 지급합니다"라는 취업규칙을 예전부터 사용자가 만들어 놓았다고 하자. 어떤 법원은 “당신이 10일 이상 일할지 안 할지 모르는 거였다”고 하면서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식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사소한 차이가 사실상 월급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한 금액인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에 언급했지만 노사정 합의는 이른바 ‘고정성’을 통상임금 정의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반면 법원은 이를 최대 요건으로 본다. 분란을 없애고 지엽 말단의 문제를 정녕 통용되는 상식에 기초해 통상임금을 정하자면, 노사정은 전체 임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사실상 기본급처럼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어야 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법원에 가 있는 거의 모든 사건은 정기상여금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산업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해소하는 길이다. 변죽을 울리면서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상화는 비켜 가면서, 어떻게 하면 거의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쪽으로 "제외금품을 정하자"는 식의 합의로는 현재의 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