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부서에 들어왔는데 옆 팀 차장이 '우리 회사는 여자가 승진이 안된다, 알고 시작해라' 이런 말부터 했어요. 우리 부장은 '원래 남직원을 원했는데 네가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여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대놓고 말했어요." (대기업 정규직 25세 A씨)

가까스로 직장에 들어가도 승진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조직 안에서도 보조자 역할에 그친다. 과도한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6월부터 두 달 동안 20~30대 초반의 청년여성들을 인터뷰해 발표한 그들의 노동현실이다.

여성민우회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 이안젤라홀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 '청년노동, 말하는대로 20~30대 여성들의 일 경험을 중심으로'에서 이 같은 인터뷰 결과를 소개했다. 인턴·수습 경험이 있고 대학 진학 경험이 있으며, 1년 이상 사무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20~30대 초반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했다.

류형림 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여성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성별'을 경험하고 있었다"며 "취업 과정을 겪으며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취업 이후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채용·승진·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공기업 정규직 노동자인 B(28)씨는 "우리 신입사원 기수에서 여자가 많이 뽑히니까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다.'나중에 얘네 결혼하고 애 낳으면 한 번에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며 "이후로는 계속 남자만 80% 뽑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조직 내에서도 주로 운영지원과나 행정 보조 역할에 배치됐고, 저임금에 노동시간이 긴 직종에서 주로 일하고 있었다.

성별 임금격차도 컸다. 중소기업 인사담당부서에서 일하는 C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가 심하면 4백~5백만원까지도 난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이 같은 임금격차는 여성이 생계 책임자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오고 있었다"며 "이 같은 인식은 임금뿐만이 아니라 승진에서도 작동해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에서 현저히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청년 여성들은 일을 열심히 많이 하는 것을 끊임없는 보여주는 쇼잉(showing)을 하거나 반말·쌍욕·모욕을 감수하고 있었다"며 "청년 여성을 비롯한 청년들이 소진되지 않는 노동과 삶을 영위하고 차별 없는 채용이 가능하도록 평등이력서 사용과 채용자 성별비율 공시제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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