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장소에서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미세먼지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이를 피해 갈 근무지침은 없었다.

이경석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팀장이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미세먼지 취약직업군을 위한 근무현황 실태점검 및 정책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팀장은 “작업장 대기질과 연동한 엄격한 근무지침을 마련하고,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환경정의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실외 노동 제한기준 필요

이 팀장은 올해 4월부터 수도권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교차로 등 6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세먼지 관련 작업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 장소에서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인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WHO는 24시간 평균 세제곱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 이하를 초미세먼지 노출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수치를 넘어서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교차로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WHO 기준의 세 배에 가까운 73.6마이크로그램이나 됐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79.9마이크로그램으로 조사됐다.

이 팀장은 “톨게이트와 교차로의 초미세먼지가 ‘나쁨’에 해당하는 세제곱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 이상 수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톨게이트 수납원을 포함해 도로-지하철에서 미세먼지 노출이 우려되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노동자 229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65.9%인 145명(매우 그렇다 83명 포함)이 “작업환경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세먼지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느냐”고 묻자 178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89명이 “그렇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70명은 "현재 호흡기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대답했다.

일하는 곳에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근무지침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5.7%(33명)에 그쳤다. 이 팀장은 “노동자 스스로도 작업환경 문제와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취약 직업군에 대한 정밀한 건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실외 노동을 제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업환경 개선하고 장시간 노동 줄여야"

노동계는 작업환경 개선과 장시간 노동 줄이기가 미세먼지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입을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충신 서울도시철도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5호선처럼 전체가 실내 노선일 경우 한 번 유입된 유해물질을 빼내려면 환기시설이 필요하다”며 “미세먼지를 빼내는 환풍기 위치를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공사측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우석 민주택시노조 기획국장은 "택시노동자들은 장시간 도로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어 폐 관계 질환이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산재 승인율은 1%에도 못 미친다"며 "노동조건 축소 없는 노동시간단축과 사후적인 산재 승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제도개선보다는 사업장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김정호 노동부 산업보건과 서기관은 “미세먼지가 작업장이 아닌 외부 유입 물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업주에게 제도적인 책임을 물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 황사처럼 미세먼지에 있어서도 사업주의 직접적인 예방조치를 이끌어 낼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현장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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