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26일 오후 경북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개별동의 강요 중단을 병원에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노동자 면담을 통한 개별동의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26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대병원은 임금피크제 개별동의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1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다. 27일까지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경북대병원은 취업규칙에서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병원은 이번에 취업규칙을 바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60세 마지막 근무연도 임금을 전년에 비해 28% 삭감한다는 내용이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지부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다. 변경 동의서에는 소속과 사번·성명을 기재하게 했다. 동의서에는 "본인의 자유의사"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만 반대하면 신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개별 면담도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간호사는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했는데 수간호사가 따로 불러 임금피크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며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못한 앞 근무자들은 야간 근무자들 면담시간 동안 퇴근도 하지 못하고 근무했다"고 말했다.

현행 근기법은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때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으면 노조, 과반수노조가 없으면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다. 불이익변경은 의견 청취가 아닌 동의를 얻도록 엄격하게 정했다. 현재 경북대병원 직원은 2천700여명으로 이 중 임금피크제 적용 제외 대상인 교수·임원·임시직을 뺀 직원은 2천여명이다. 경북대병원분회 조합원은 과반에 10여명 부족한 1천명 수준이다.

하지만 분회는 동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신은정 지부 사무국장은 "어떤 부서장은 '우리 부서만 동의하는 사람이 적다'고 역정을 내며 동의서 서명을 강요했다"며 "병원이 임금피크제 개별동의를 받기 위해 부서 간 경쟁을 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병원 간부들은 임금피크제를 설명한 뒤 노동자들에게 회의록에 서명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회의를 열고 임금피크제 동의를 결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지부는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온갖 불법적 행위가 경북대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병원은 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과반수노조가 없어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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