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의 연평균 노동시간(2천163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1천770시간)에 비해 무려 393시간이 더 많다.

OECD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11년 2천90시간·2012년 2천163시간인데, 2013년의 경우 통계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2012년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했다. 2013년 OECD 평균 연간 실노동시간은 1천770시간이다(OECD, stats.oecd.org/ 참조).

즉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OECD 국가들에 비해 1년에 대략 2개월 가까이 초과노동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불가능하다. 취업자는 죽도록 일만 하고, 실업자는 죽도록 일자리만 찾는 ‘노동시간 양극화’가 구조화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뿐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도 반드시 노동시간단축이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시간을 OECD 평균으로 줄일 경우 대략 190만명 이상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한국노동연구원,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단축 Ⅰ, 2011. 참조).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 핵심은 고용노동부의 탈법적인 법 해석과 적용에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이며 예외적으로 주당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예컨대 주 5일제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어느 노동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미 40시간 이상 일하고 나서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또 일하더라도 이는 휴일노동일 뿐 연장노동은 아니므로 주당 최대 68시간{40시간+12시간(연장)+16시간(휴일}까지 노동시간이 허용된다"고 해석해 왔다.

법정 노동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면 그게 근무일이든 휴일이든 모두 연장노동에 해당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근무일에 이미 주 40시간 이상 일한 뒤 휴일에 또 일을 하면 이는 연장노동이면서 동시에 휴일노동인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당장 해석을 바꿔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발표된 노사정 합의안과 새누리당 법안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노사정 합의안은 ‘특별연장노동’을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현행 노동시간을 더 연장하는 안이다. 새누리당 법안은 노사정 합의안을 기본으로 하면서 더 나아가 현행 휴일노동수당을 사실상 삭감하는 안까지 포함시켰다. 겉으로는 노동시간단축을 외치고 있지만 그 실질은 ‘더 일하고 덜 받게’ 만드는 안에 불과하다.

 

노사정 합의안에는 “연평균 실근로시간이 1천800시간대로 단축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려면 특별연장노동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우선 현행 근로기준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집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연간 1천800시간까지 총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단순한 선언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반드시 이를 법에 명시하고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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