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장 건너 창신동 골목길 굽이굽이 누비면 전통시장 지나 봉제공장이 따닥따닥. 김 사장도 박 사장도 거기 많아 어디 부자 동넨가. 담벼락 빨랫줄엔 낡은 군용바지와 주머니 많은 조끼와 페인트 얼룩 티셔츠만 덜렁. 한숨 돌릴 때쯤 어머니 살던 집이, 열사의 이름 딴 재단이. 오르막 가팔라 뒷다리 근육 파르르 떨릴 때쯤 지팡이 버거운 노파 기대 쉬던 옛 한양성곽 돌벽이. 그 아래 텃밭에 가을배추가 무럭무럭. 탁 트여 거칠 것 없는 바람 불어 펄럭이던 마을 깃발이 거기 우뚝. 가렸지만 그건 아마도 새마을 깃발. 요즘 참 새삼스러운 초록색과 노란색 문양. 바짝 마른 땅에 치켜세운 한 치 변함없는 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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