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노사관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끝낸 일부 국립대병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동의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동의서를 걷기 위해 온라인투표를 도입하고 개별상담 방식을 동원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이날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개별동의서 징구에 들어갔다. 두 병원 노사는 올해 초 노조가 파업을 벌인 끝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빠진 임금·단체협약에 각각 합의했다. 그런데 최근 두 병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병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분회의 보충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개별동의서 징구를 준비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내년도 임금 인상률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같았다. 심지어 개별동의서 투표기간도 20일부터 27일까지로 두 병원이 같다.

서울대병원은 온라인투표로 임금피크제 도입 찬반을 묻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이날 전체 직원 설명회를 열고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관리자가 개별 직원에게 서명을 독려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두 병원 분회는 병원측의 임금피크제 개별동의서 징구를 저지하기 위해 투표 미참여와 반대투표를 조합원과 직원에게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분회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병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투표를 중단하고 분회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분회 관계자는 "우선 투표를 무산시킨 다음 임금피크제 도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 노사는 올해 5월 임금피크제·성과급제·퇴출제를 도입하지 않는 내용의 임금·단체협약에 서명했다. 같은달 경북대병원 노사는 노조 교육시간 축소 등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제외하는 내용의 임단협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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