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본사 방침’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와의 사전조율 없이 과감한 임금삭감을 전제로 하는 임금피크제 수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갤러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갤러리아노조(위원장 정도영)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금융프라자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임금피크제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한화갤러리아 회사측은 최근 진행 중인 임금협상에서 임금피크제 시행방안을 제시했다. 법정 정년연장에 따라 내년부터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55세부터 매년 기본급의 10%씩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다. 회사측은 교섭석상에서 “노조가 본사 방침을 수용하지 않으면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경우 만 55세에서 58세까지 업체별로 정년이 다르다. 한화그룹은 이를 만 60세로 통일하고, 55세부터 매년 10%씩 기본급을 깎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만 60세에 도달한 노동자의 경우 54세 노동자보다 50% 삭감된 기본급을 지급받게 되는 셈이다. 기본급에 연동된 각종 수당도 줄어든다. 본사 방침인 만큼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전체 계열사에 동일한 방안이 제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본사 방침을 수용할 경우 임금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고,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하면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도영 위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동자들의 정년을 늘리자는 것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의 개정 취지인데, 회사는 이참에 임금을 대폭 깎겠다며 벼르고 있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임금피크제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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