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전구 광주공장의 집단 수은중독 사건은 올해 4월 발생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9명이다.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한 때는 7월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산재를 신청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산업안전을 책임져야 할 고용노동부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유해화학물질에 중독된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했는데도 사건 발생 사실을 몰랐다면 얘기는 심각하다. 예방은커녕 사건 발생 뒤 초동대처를 하지 못해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우선 산재 운영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단 광산지사는 사고 발생 사실을 노동부에 알리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 신청이 접수되고 처리하는 도중에는 노동부에 보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재가 승인될 경우에 노동부에 알린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산재 신청이 접수되면 노동부에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전산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급히 조치해야 할 유해물질이 누출되더라도 노동자가 산재를 승인받고서야 노동부가 알 수 있는 셈이다. 그사이 누가 어떤 피해를 입을지는 알 수 없다. 공단이 이번 수은 집단중독 사건과 관련해 산재 신청 3개월이 지나도록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사건 발생부터 신청·승인까지 정부의 깜깜이 상태는 길어질 공산이 크다.

노동부는 <매일노동뉴스> 보도 뒤인 지난 15일 광주공장 철거공사에 투입된 노동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늑장대응으로 피해자들이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기간은 더 길어졌다. 공기를 통해 흡수된 수은 중 일부는 소변을 통해 배출될 수도 있어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집단 수은중독 사건을 계기로 유해물질 사고와 관련해 소관부처가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실장은 “화학물질 사고를 제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부처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노동부가 현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남영전구와 우리토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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