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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가입이 국익?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환상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자 보수언론들이 한국도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들은 국책연구소가 만든 근거도 불투명한 보고서까지 인용하며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몇 조원의 손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TPP는 미국이 주도해 일본·멕시코 등 12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무역 확대가 이로운 것은 분명 사실이다. 우리가 누리는 상품 중 상당 부분은 무역이 없었으면 사용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은 무역 확대를 통해 상당한 자본축적을 이뤘다. 하지만 무역이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것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국 주도 자유무역협정의 목표는 단지 무역의 확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그렇고, TPP 역시 마찬가지다. 협정의 핵심은 품목별 관세인하 수준보다도 지적재산권 확장, 국가의 시장규제에 대한 제약, 투자자-국가제소권(ISD) 같은 기업의 권리부분이다. 자유무역협정은 기업의 권리와 관련해 국내법보다 상위에 있는 법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근대국가는 국민주권 원칙에 따라 국민의 대표가 법을 제정하는 데 반해 자유무역협정은 이를 완전히 무시한다. 자유무역협정, 특히 TPP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더욱 그렇다.

자유무역협정이 국민주권을 무시하며 만드는 기업의 권리 내용 자체도 심각하다. 포괄적으로 오랜 기간 적용되는 지적재산권은 소유권자의 부는 크게 늘려 주지만 국민경제 자체의 활력은 떨어뜨린다. 지적재산권은 따지자면 지대와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은 지식생산물의 생산비용과 적당한 마진 정도를 획득하도록 보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적 강제에 의해 재산권을 보유하는 한 그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이윤이 발생하도록 한다. 지식생산물의 보호 수준이 아니라 재산권 자체로 무한한 이익이 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는다고 국민경제의 부가 늘지 않는 것처럼 지적재산권 소유자들의 부가 는다고 국민경제의 부가 늘어나진 않는다. 지대추구적 경제활동만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TPP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의약 관련 지적재산권 안은 기존 약이 새로운 증상이나 질병에 적용될 수 있거나, 제형·용량·조성을 바꿨을 경우에도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더해 “효과의 향상이 없을지라도” 특허를 주도록 확실히 못을 박고 있다. 한마디로 신약의 효과로 인한 사회적 후생이 아니라 특허권 신청을 얼마나 잘하냐가 돈벌이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최근 론스타 사태로 그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다. 투자자 이해관계 침해를 포괄적으로 적용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권리는 그야말로 국민주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해관계가 국민이 만든 법보다 상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송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내에서도 매번 법률 제정시 자유무역협정과의 충돌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처럼 이 소송제도는 국가의 자기검열 제도로 기능한다.

자유무역협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협정이 수출에 도움이 되면 국민경제에 이득이 되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 상황과는 한참 동떨어진 주장이다.

우선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국민경제에 낙수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건 더 이상 증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잘 알려진 일이다.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국민경제에 이득이 되려면 국내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늘리든지 세금을 많이 내서 사회적 복지를 확대하든지 해야 하는데, 현재의 수출대기업은 둘 다 하지 않고 있다. 해외공장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제 이익을 조세회피지역으로 이전하는 건 이제 중소기업들도 따라하는 경영상식이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심각해 ‘구글세’라 이름 붙여진 다국적기업 전용세제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수출재벌의 낙수효과는 불분명하지만 국민경제의 손해는 상당히 분명한 편이다. 국민주권 제약부터, 확장되는 지적재산권으로 인한 지식생산물에 대한 접근 제한과 비생산적 활동 증가는 이미 미국이 체결한 다른 자유무역협정에서도 실증적으로 잘 드러나는 바다.

무역은 일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이 커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TPP식 자유무역협정은 그 길과 거리가 멀다. 대안적 무역협정은 노동권·환경보호·산업의 균형적 발전·다양한 기술발전과 지적생산물에 대한 보다 폭넓은 접근을 국제적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환태평양 지역의 노동조합들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대안적 무역협정에 대해 논의할 때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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