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9·15 사회적 대타협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입법작업이 지난달 나온 노사정 합의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추후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법안 역풍만 불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9·15 사회적 대타협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런 비판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배규식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노사정 합의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합의된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추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법안이 제출되면 나중에 국회에서 노사정이 여야와 함께 다시 협상을 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개혁 5대 입법안 중 비정규직 관련법을 포함한 주요 내용에 대해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배규식 수석전문위원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법안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 합의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도 여당을 지목했다. 권 교수는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입법발의로 합의를 주도했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위축되는 국면이 초래됐다”며 “여당의 일방적 입법화 전략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순기능보다는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정규직법 합의 안 되면 입법 미뤄야”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 중에서도 비정규직 관련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컸다. 노사정이나 여야 간 합의가 어려울 경우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를 늦춰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기간제와 파견 관련 입법이 무리하게 정체성 없이 추진되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입법이 잉태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 관련 노사정 합의가 오염·변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여야 이견 때문에 산업현장에 시급히 적용해야 할 통상임금·근로시간 관련 입법이 미뤄지거나 내용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여야 합의가 어렵다면 다른 정치안건과 연계해 무리하게 입법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순원 교수는 “비정규직 이슈는 노사정 합의 이후 후속 논의에서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비정규직 관련 쟁점과 최저임금·사회안전망 문제를 함께 논의해 제도변화에 따른 비용조절 방법을 모색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비정규직법 개정안 일부 폐기를 요구했다. 노 소장은 “노사정 합의사항이 아닌 새누리당 입법안을 폐기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한국노총도 더 이상 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 부분과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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