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이후 조성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뚜렷한 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펀드를 운영할 청년희망재단과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설립해 청년고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존 청년고용사업과 중복을 피하고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 정부사업을 소개하거나 연계해 주는 것 외에 주목할 만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청년고용 사업 중 일부를 민간이 쌈짓돈으로 지원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청년희망재단·아카데미 설립

황교안 국무총리·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년희망펀드 진행상황과 사업방향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안에 청년희망펀드 운영을 담당할 청년희망재단을 만들고, 재단 내부에 청년일자리 창출사업을 추진하는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설치할 예정이다.

청년희망아카데미는 정부의 청년일자리 사업과 중복을 피하면서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올해 청년일자리 사업 예산이 2조원 투입돼 시행 중이지만 일부 사각지대 해소나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멘토링·정보제공·교육훈련 등 실제 취업기회를 확대해 줄 수 있는 사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공계 중심의 직업훈련에 인문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하고, 졸업생 대상 단기훈련 위주 해외진출사업에서 재학생 맞춤형 장기훈련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정책 소개 차원에 머물 듯

문제는 정부 사업과 중복을 피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센터나 대학창조일자리센터는 취업성공패키지사업을 중심으로 청년 대상 멘토링과 훈련·취업연계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부가 청년희망아카데미를 통해 인문계나 예술계 학생들의 훈련·취업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정부 사업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실제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청년취업아카데미 과정에 인문계 특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해외진출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업연봉 기준을 상향하고 장기과정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사업이 중복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처음 기부하면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 특성상 다른 정부사업과의 관계에서 옥상옥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했다”며 “재단 설립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정부 메커니즘으로 시행이 어려운 민간 분야에서 특유의 과감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회계 투입할 곳에 시민 돈 쓰나

청년희망아카데미가 정부 사업과 차별화되는 사업을 찾아내 시행하더라도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부가 지원해야 할 사업에 쓴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노동부 관계자는 “청년일자리 사업에는 고용보험기금을 사용하기 어려워 일반회계로 지원받아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예산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한 부분을 펀드기금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희망펀드로 정부 사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완한다는 얘기는 본래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6일까지 조성된 펀드는 43억원으로 한 해 청년일자리 예산의 0.2% 수준이다.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기존 사업과 중복을 피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정부가 민간에 위탁해 시행하는 일자리사업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청년희망아카데미가 다시 중복된 사업을 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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