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의 저임금·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벤처기업 모델이 제시됐다. 대학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자는 것이다. 경희대와 희망제작소가 모델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희망제작소와 경희대학교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문제 해법을 찾는 사다리포럼을 열고 "청소노동자 인권·복지향상 등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소셜 벤처회사를 설립하는 '경희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희망제작소는 올해 5월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문제, 근로빈곤 문제에 대한 '현장형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 사다리포럼을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첫 성과물이 바로 소셜 벤처기업인 셈이다.

소셜 벤처기업은 △청소노동자 인권과 복지 증진 △대학 내 일부 시설 및 공간의 문화적 관리시스템 마련 △회기동 일대에 새로운 문화예술 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시민사회가 함께 기업운영에 참여하고 경희대는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한다. 희망제작소와 경희대는 곧 경희 모델 설립 준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사다리포럼에서 발제한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에 따르면 자회사(소셜 벤처기업)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고용승계 의무를 지키고 시중노임단가를 보장한다. 대학 자회사 형태 운영을 통해 열악한 임금·근로조건의 원인이던 최저가 낙찰제나 용역업체의 중간 수수료 챙기기기, 간접고용 위주 불안정 고용형태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용역도급구조를 금액 중심이 아닌 노동의 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희 모델 양해각서에서 희망제작소와 경희대는 △캠퍼스 내 청소용역노동자 고용실태 조사 △캠퍼스 내 공간의 문화적 활용 방안 공동연구 △경희 모델 실행 프로세스 공동연구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 등을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이 모델이 경희대뿐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 갇힌 한국 대학 전체, 또는 한국 사회 전체에 시사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은 증가하는 청소용역비용으로,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경희대가 마련한 이번 대안은 비정규직 문제에서 한국노동시장에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지를 탐지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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