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복직투쟁을 하다 하청업체에 들어간 뒤 괴로움을 호소하던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가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4일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 직접고용·정규직 현장복귀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아무개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가 강원도 삼척 자택에서 쓰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간경화 악화가 사인으로 지목된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25일 이씨는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부지부장에게 전화해 "노조를 탈퇴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겠다"며 "다시 하청업체로 들어가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렸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 부지부장의 질문에 이씨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며칠 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노조 조직부장에게는 "같이 싸우지 못하고 포기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동투쟁본부와 노조는 이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은 노조탈퇴와 소송취하를 조건으로 한 하청업체 복직이라는 자본의 마수에 걸려든 뒤 남은 조합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괴로움으로 불면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며 "올해 2월28일 동양시멘트가 101명의 노동자를 집단해고할 때부터 예고된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끝까지 투쟁해 고인이 살아생전 그렇게 바라던 정규직 현장복귀 꿈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슬하에 네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다.

한편 노조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삼표와 정규직 복직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교섭이 중단된 가운데 공동투쟁본부와 노조는 이달 1일부터 서울 종로 삼표 본사와 삼표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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