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날로 34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제정남 기자

서울 광화문에서 덕수궁 앞까지 늘어선 관광버스 틈바구니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의 얼굴그림을 붙인 차량이 비집고 들어섰다. 지난 3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리는 '쌍용차 투쟁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들이 삼삼오오 대한문 앞에 모여들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쌍용차 정리해고자 복직" 시민들 바람 여전

희망버스 두 대를 준비했던 주최측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관광버스 3대로도 부족해 4대로, 4대도 부족해 5대를 긴급히 불렀다. 다섯 번째 희망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탓에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버스 4대를 가득 채워 평택으로 출발했다.

당초 범국민대회는 지난달 19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가 발표되면서 한 차례 유예된 뒤 이날 치러졌다.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시민·학생 1천500여명이 쌍용차 평택공장 앞을 메웠다.

노동·시민단체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해군기지 반대 제주 강정마을 주민·밀양-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용산 참사 유가족·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하이디스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쌍용차지부 투쟁에 힘을 보탰다.

지부-쌍용차 교섭 제자리걸음 … 손배가압류 철회·복직기한 명시·정규직 복직 쟁점

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작한 지부와 쌍용차의 교섭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부는 단계적 복직을 수용하는 대신 복직기한을 명시하자고 요구했다.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복직도 핵심 요구사항이다. 반면 쌍용차는 세 가지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대회에 참가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쌍용차 사태는 회계장부를 조작해 노동자를 해고한 범죄행위가 그 본질"이라며 "노동자는 일을 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인데 재벌들만 살찌우는 체제를 완고히 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함께 복직해 티볼리·코란도를 만들고 퇴근한 뒤 다 같이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쌍용차 경영진은 사태 해결을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은 사실로 보였다. 평택공장 앞 4차선 도로 중 범국민대회 참가자로 인해 막힌 2차선 사이로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길옆으로 화물차가 지날 때마다 먼지가 대회 참가자들을 덮었지만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김득중 지부장 "해결될 때까지 단식 … 힘 모아 달라"

세월호 참사 안산 단원고 희생자 부모들과 권영국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장·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에 이어 8월31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와의 교섭을 타결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리해고·손배 가압류·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온 국민이 쌍용차 사태 해결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힘을 모아 주시면 승리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쌍용차 평택공장 앞은 거대한 야외식당으로 변했다.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지부 조합원들이 마련한 음식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해고자들이 복직해서 만든 쌍용차를 타 보고 싶다"는 소망의 말들이 밥과 국 사이로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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