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에 접속한 기록은 확인되지만 서버 모니터링 접속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재심사위)가 ㅈ신문 인터넷 서버관리를 하다 과로사한 전아무개(47)씨의 산업재해 신청을 불승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6월19일 오후 10시께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사망했다. 전씨의 유가족은 올해 1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신청했다. 1일 <매일노동뉴스>가 산재 신청서를 입수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신청서에서 유가족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전씨가 업무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심리적인 압박에 시달려 과로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과 재심사위는 3월과 8월 각각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ㅈ신문 대표는 “(사망한 전씨가) 새벽과 심야시간에도 자택에서 모니터링을 했기 때문에 서비스가 문제 없이 제공됐다”며 진술서와 서버 출입기록, 출퇴근 시간을 공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단과 재심사위는 “업무상 과로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판정을 두고 공단과 노동부가 이른바 스마트워크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망 전 한 주 동안 102.5시간 일해

전씨는 1997년 입사해 ㅈ신문 인터넷 페이지를 개발하고, 시스템과 서버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전씨의 근무시간은 지난해 5월1일을 기점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서버 관리와 보수를 담당했던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용역업체가 맡던 일은 회사의 시스템 총괄책임자인 전씨가 도맡았다.

유가족의 대리인인 노무법인이 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서버 출입·출퇴근 기록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6월13일부터 사망 당일인 19일까지 102.5시간을 근무했다.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 전에는 근무시간이 50시간 안팎이었다. 전씨는 ㅈ신문 기사가 인터넷 페이지에 게재되기 전 인터넷과 모바일 페이지 오류를 점검해야 했기 때문에 오전 5시에 서버에 접속했다. 사망 전날(6월18일)에는 오전 4시59분에 서버에 접속했다. 같은달 14일은 토요일이었지만 오전 6시36분에 서버에 접속했고, 오전 9시에 회사로 출근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밤 11시까지 간헐적으로 서버에 접속했다. 용역업체가 하던 업무를 맡은 그해 5월부터 숨질 때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한 것이다.

같은 팀 동료 김아무개씨는 “(전씨가) 용역업체가 맡았던 업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기존 업무보다 몇 배 더 일해야 했다”며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새벽에 1시간, 심야에 3시간 정도 업무를 보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의 설명에 따르면 전씨는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도 시달렸다.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공단과 재심사위의 결정과는 사뭇 다르다.

노사 모두 인정한 ‘과로’ 부정한 근로복지공단

이번 판정을 둘러싸고 공단과 심사위가 정보통신 분야의 근로시간에 대해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태블릿 PC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하는 정보통신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자택근무도 근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2013년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단기적 과로의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한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단과 재심사위는 자택에서 수행한 서버관리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전씨가 고혈압이 있다는 이유로 업무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을 수임한 이윤형 노무사(법무법인 나우)는 “서버 접속기록과 동료의 진술서가 있음에도 업무시간에 산입하지 않은 것은 공단이 인터넷 언론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충분히 (사건을) 심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마토노무법인 산재과로사센터의 한창현 노무사는 “회사도 장시간 근로를 했다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공단이 업무 연관성을 부정하려면 (충분한 조사를 통해) 이를 분명하게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 없이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판정만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단 서울관악지사 관계자는 “서버관리를 하다 과로사한 노동자의 사건은 (지사에서) 처음”이라면서도 “재심사에서도 불승인 판정을 받은 만큼 공단의 산재 심사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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