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조합원의 열악한 처우를 많이 개선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능력이 없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고요. 국회에서도 통계청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에 통계청이 올해 3월 처우개선 계획을 내놓았죠. 실현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이규희(56·사진) 전국통계청노조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공공연맹 회의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꺼낸 첫마디는 “미안하다”였다. 이 위원장은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해 2011년 11월 노조설립을 주도했고 지난해 위원장에 재선했다.

전체 직원의 30%가 무기계약직

이 위원장은 노조를 만든 후 일당제였던 무기계약직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바꿨다. 정년은 만 57세에서 60세로 늘렸고, 무급이던 병가는 유급으로 전환했다.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통계청 정원(3천75명)의 28.2%인 867명이 무기계약직이다. 이들 다수는 현장을 찾아 면담·설문조사를 진행하는 통계조사관으로 일한다.

통계청은 매년 인구·가구·사업체·고용·물가 같은 42개 분야를 조사해 통계를 작성한다. 통계조사관들은 매달 1인당 평균 60곳의 가구와 80~100개 사업체를 돌며 각종 조사업무를 수행한다.

이 위원장은 “통계 작성의 기초작업이자 가장 중요한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처우와 차별에 시달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조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통계조사관은 월 3시간 초과근무수당 외에는 별도 수당이 없다. 설·추석 때 각각 40만원씩 상여금이 나오고, 복지포인트로 연간 35만원을 받는 게 전부다. 올해 노조가 급식비(점심값) 지급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을 정도다.

임금은 기본급 기준으로 1년차(1호봉)가 125만원, 10년차(10호봉)가 142만원이다. 수당이 없기 때문에 기본급이 월 급여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이 위원장은 “통계청에서 12년째(12호봉) 일하고 있는데 기본급이 146만원에 불과하다”며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뺀 실수령액은 13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통계청 처우개선 계획 발표했지만 예산반영은 아직

주 5일에 하루 8시간씩 꼬박 12년을 일했는데 실수령액이 130만원이라니. 그것도 국가기관인 통계청에서 말이다. 믿기지 않아 “진짜 맞냐”고 되물었다. “조합원에게 미안하고 제가 서글픈 이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통계청 무기계약직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국정감사 때마다 통계조사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2013년에는 기획재정위 차원에서 ‘무기계약직 통계조사관 처우개선 로드맵 수립’을 통계청에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기재위는 “열악한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통계청은 올해 3월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중기(2016~2020년) 계획안’을 내놓았다. 계획안에는 공무원에게는 지급됐지만 무기계약직은 받지 못했던 급식비(월 13만원)·직급보조비(월 10만원)·가족수당(월 4만원) 같은 각종 수당을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계획만 실행돼도 조합원 처우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통계청이 열악한 조건에도 꿋꿋하게 일하고 있는 무기계약직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처우개선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