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추석 앞이라고 도로에 차가 많았다. 길이 막혀 끼니때를 놓쳤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식당을 찾아들었다. 칠괴산업단지 인근 중국요릿집 ‘중국성’엔 사람이 붐볐다. 주방 한편에서 탕탕 면을 치대는 소리가 끊김 없다. 음식은 손맛이라더니, 거기 수타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짜장면을 기다리며 손님들은 귀성 계획과 선물 목록과 명절 전 증후군 따위를 얘기 나눴다. 먼저 나온 탕수육을 반겼다. 젓가락 부지런히 놀렸다. 멀지 않은 곳 자동차공장 정문 앞 낡은 천막에서 쌍용차 해고자 김득중씨가 가만 앉아 오래도록 밥을 굶었다. 한 달이 가깝다. 커다란 물류 트럭이 매연 뿜고 지났다. 티볼리라던가, 세련된 눈매 뽐내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도 그 앞을 분주히 오갔다. 뒷자리 동료들은 눈치껏 컵라면을 먹었다. 농성장을 찾은 가족대책위 엄마는 교섭위원이 왜 교섭은 안 하고 천막에 누워 있느냐고 타박했다. 명절에 시댁 안 가게 돼서 되레 좋다며 웃었다. 그래도 아쉬울까봐 조합원들 위해 샴푸 선물세트 작은 걸로 50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슬쩍 들어 부쩍 야윈 사내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거기 등에 새긴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문구가 바랠 대로 바래 흐릿했다. 인도로 원정투쟁 떠난 동료들은 돌아올 날을 기약하지 않았다. 해결될 때까지라고만 했다. 단식도 무기한이라고 현수막에 새겼다. 날짜 칸을 비워 뒀다. 셈하는 일만 남았다. 철판과 쇠사슬 따위로 만든 동료의 영정에 녹이 잔뜩 슬었다. 그 옆자리 김득중씨가 가끔 웃었고, 때때로 찡그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