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2020년까지 도입하려는 고속도로 스마트톨링이 현실화하면 영업소 요금수납원 7천여명이 구조조정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사는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전환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소 2천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규직화 판결 무색, 이대로 쫓겨나나

17일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사에서 받은 ‘2025 중장기 전략경영 계획’과 ‘스마트톨링 시스템 개발 계획 로드맵’ 같은 내부자료를 살펴보면 공사는 불과 5년 후인 2020년까지 스마트톨링이라는 무인시스템을 모든 고속도로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톨링은 하이패스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고속주행으로 무정차 통과하면서도 차량번호 영상인식기술과 근거리전용통신기술을 이용해 요금을 자동납부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공사는 “하이패스는 저속주행으로 영업소를 통과해야 하지만 스마트톨링은 감속 없이 이동 중에 요금정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스마트톨링이 도입될 경우 고속도로 335개 영업소(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 7천233명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내부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인력감축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공사는 스마트톨링이 구축되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요금수납원 2천250명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톨링을 전면 도입하는 2020년에는 나머지 4천983명을 내보내야 한다.

공사는 과적차량 단속(1천800명)이나 콜센터(500명) 등에 3천800명을 전환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550명이 정년퇴직하고 950명이 이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나머지 1천933명에 대한 대책은 없다.

정년퇴직 인원도 55세를 기준으로 설정해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는 것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직 인원 역시 임의로 설정한 수치에 불과해 실제 구조조정 인원은 2천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요금수납원 다수는 외주업체에 고용된 여성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외주업체 직원이 아니라 공사 직원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외주업체에 속해 있지만 공사가 직접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판결에 따르면 공사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올해 1월 서울동부지법에 이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820명의 요금수납원이 같은 판결을 받았다.

김경협 의원 “고용안정대책 마련할 때까지 사업 중단해야”

이들은 외주업체가 바뀔 때마다 재계약을 하고 있다. 박선복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은 “올해만 해도 30여개 영업소에서 외주업체가 바뀌면서 200여명의 수납원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했다”며 “지금도 이런 부당해고가 비일비재한데, 스마트톨링이 시작되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협 의원은 “스마트톨링 도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만큼 국토교통부와 공사는 고용정책 기본법에 따라 고용영향평가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달도 사람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며 “7천여명의 요금수납원에 대한 명확한 고용안정대책 없이는 관련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원감축에 대비해 전환배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신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요금수납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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