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간접고용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파업 때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쟁의행위가 장기화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주업체 스스로 파업으로 인한 공사 이미지 훼손 때 제재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용역이행계획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매일노동뉴스>가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입수한 '영업소 외주근로자 노동쟁의시 통행료 수납업무 이행방안' 공문에 따르면 공사는 파업에 대비해 3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해당 공문은 올해 7월 공사 수도권본부장과 대전충청본부장 등에게 보내졌다. 서산·매송 톨게이트 영업소 노동자들이 단체교섭 결렬로 파업 수순을 밟던 시기다.

공사는 '외주업체 자체 인력운영→공사 인력지원→계약해지 및 임시운영권 부여'라는 3단계 파업시 업무이행방안을 준비했다. 일종의 파업 대응 프로그램이다. 파업 이전에는 외주업체에 파업 대비 자체 용역이행 계획을 제출하게 하고, 파업 이후에는 비노조원에게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사가 지원인력을 투입하고, 다른 비정규직인 각 지사 '시니어 사원'을 임시수납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공사는 "대체인력 채용은 노조법 위반이지만 공사(원청)의 자체 판단에 의한 직접 업무수행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길어지면 공사는 외주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인근 영업소에 임시운영권을 부여하는 마지막 단계로 접어든다.

공사는 특히 각 본부에 외주업체 자체 용역이행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수행방안을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용역이행계획에는 파업으로 용역이행에 차질을 빚거나 공사 이미지를 훼손할 경우 제재사항을 담도록 했다. 제재사항을 명시한 것은 용역계약서에 파업으로 인한 계약해지 내용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사 용역계약서에는 수입금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 각 지사에 "파업 발생시 진행사항을 일일보고하고 파업 징후가 보이면 관할지사 시니어사원 및 공사 직원 현장교육을 실시하는 대체인력 교육·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수현 의원은 "적극적인 중재로 노사 타협을 유도하기보다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오로지 한국도로공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사의 수수방관으로 지난 7월17일 시작된 서산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공사는 중재에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배현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질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원청의 꼼수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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