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그래도 노조가 있어야 덜 당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을 하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9·13 노사정 합의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제안이다. 이번 합의가 전체 노동자들에게 재앙이 될 만한 내용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개인이 조직 노동자가 돼야 ‘쉬운 해고’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의당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9·13 노사정 합의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노동계와 야당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운동 문 잠그고, 노조간부 솎아 내려는 것”

토론자로 참석한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노사정 합의에 대해 “98년 이후 뒷걸음질쳐 온 노동권 후퇴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정리해고 합법화와 복수노조 시행을 거쳐 급기야 사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노동운동의 기초를 흔드는 합의”라고 잘라 말했다. 회사가 노조간부에게 일반해고의 칼날을 겨눌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그는 “노동개악의 타깃은 정규직 조직노동자로 구성된 민주노총”이라며 “정부가 경제단체의 요구를 받들어 조직 노동운동을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일반해고의 체계가 잡히면 ‘노조간부 솎아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30년 연구세월 동안 일반해고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는데, 결국 지난해 11월 경제단체가 정부에 제출한 민원인 것이 밝혀졌고, 이 같은 조악한 요구가 100% 수용됐다”며 “노사정 대화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인지 보여 준다”이라고 비판했다.

결국은 조직률 … "일부의 전체 대변도 문제"

노동운동의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참가자들은 “답은 노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마나 조직노동자들은 단체협약으로 사용자의 쉬운 해고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노동계가 전체 국민을 ‘쉬운 해고’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기존 노조는 똑바로 대응하고, 노조가 없는 곳은 최대한 노조가 조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컨대 ‘전체 국민을 쉽게 자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기치를 걸고 공공장소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오바마 따라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전국에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도 “민주노총도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다면 이런 합의가 나왔을까 뒤를 돌아봐야 한다”며 “장기전으로 돌입해 너나 할 것 없이 노조 없이는 쉬운 해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중기 교수는 "같은 노동자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고 일부 조직이 전체 노동자의 삶을 결정짓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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