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노사정은 최대 쟁점이었던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관련 가이드라인·지침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마련한 뒤 적용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공동실태조사를 거친 뒤 정기국회 법안 의결시 합의사항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14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합의안 승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일반해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지침을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길을 열어 줬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진통이 예상된다.
 
일반해고 법 개정 전에 가이드라인부터 … 취업규칙 변경 지침도 마련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13일 오후 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표자회의를 열어 오후 7시30분께 최종 조정문안을 채택했다. 최종 조정문안은 사실상 합의문이다.
노사정은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와 관련해 “인력운영 과정에서의 근로관행 개선을 위해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근로기준법을 통해 일반해고에 대한 기준·절차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개선 시까지의 분재예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해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법 개정 전까지 일반해고 요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노사는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단서를 달았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는 뜻인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법 개정, 추후 합의사항 정기국회에 반영
 
또 다른 쟁점이었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새누리당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우선 발의하되, 추후 노사정이 논의해 합의한 내용은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14일 당정협의는 예정대로 열리고 입법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근로시간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과 농업종사자에 대한 근로시간 상한제 적용에 대해서는 내년 5월 말까지 실태조사와 노사정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충분한 노사협의’ 정부 일방시행 길 터주나
 
노사정위는 1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한국노총 중집회의에서 조정안이 가결될 경우 조만간 본위원회 회의를 열어 합의문 조인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중집회의에서는 진통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을 보면 그동안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해 온 취업규칙 변경지침·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시행을 하되 노사정이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노사정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기로 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정이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협의’만 하면 언제든지 시행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노사정 합의가 일차적으로 결렬됐던 올해 4월 당시 협상에서도 공익위원들은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해 “사회적 공론화와 더불어 노사정 (대화, 협의, 합의)를 통해 추진한다”고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도 “노사정 (대화, 협의, 합의)를 통해 마련한다”고 제안했다.
일반해고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 4월까지 논의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반대해 왔던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합의문은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지침·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근혜표 '노동개악'의 핵심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승인해 준 역대 최악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언급은 실효성 없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알고 있다"며 "더구나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금까지 정부가 언감생심 언급조차 못했던 쉬운 해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까지 합의함으로써 법제화의 길을 터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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