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홈플러스 매각 과정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과거 론스타나 상하이자동차가 외환은행과 쌍용자동차를 팔아 치울 때 썼던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테스코와 홈플러스 한국 경영진들이 수년 전부터 먹튀 매각을 기획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홈플러스노조와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먹튀 매각, 2년 전 시작됐다=대책위가 도성환 대표에게 제기한 혐의는 두 가지다.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다. 전 테스코 말레이시아 CEO 출신인 도 대표가 사장으로 부임한 2013년 5월 이후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지불한 로열티 비용이 20배 넘게 뛰어올랐고, 시중은행보다 비싼 이자를 내며 테스코 금융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홈플러스에 손해를 가하면서 테스코가 재산상 이득을 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3년과 지난해 로열티 비용으로 각각 758억원·713억원을 테스코에 지불했다. 그 전까지 연간 30억~40억원 정도의 로열티 비용이 지급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다. 심지어 홈플러스는 중국·폴란드·태국·말레이시아 점포들과 달리 테스코(Tesco)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테스코 금융계열사인 LLP로부터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차입하고 만기를 연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테스코는 1조4천억원을 홈플러스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해 2006년부터 현재까지 8천684억원을 이자수익으로 챙겼다.

일반적으로 홈플러스 같은 유통업체는 외상매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중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도 대표가 부임한 뒤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지불하는 이자율(3.66%)은 기존(3.55%)보다 0.11%포인트 높아졌다. 시장 평균(3.26%)과 비교해도 0.4%포인트 높다. 홈플러스가 높은 이자를 떠안는 방식으로 테스코에 자금을 몰아줬다는 얘기다.

◇국부유출에 세금까지 떼먹나=문제는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과도한 로열티 비용과 이자를 지불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열티 비용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과세대상인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홈플러스가 국가에 내는 세금도 줄어든다. 지난 2년간 과도하게 지불된 로열티 비용 1천471억원이 영업이익으로 잡히지 않은 결과 홈플러스는 356억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과도한 이자를 지불한 것 역시 세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과거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였던 스티븐 리가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이자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소득을 빼돌려 세금을 탈루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홈플러스는 또 지난해 “토지·건물·비품 등 자산가치가 하락했다”는 이유를 들어 1천749억원을 손실에 넣고, “경기침체와 의무휴업 규제강화로 영업실적이 낮아졌다”며 974억원을 또다시 손실에 반영했다. 이런 방식으로 장부상 적자를 낸 홈플러스는 지난해 8조5천억원의 매출과 2천4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면서도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등장했던 유형자산 손상차손 방식과 유사하다.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테스코가 먹튀 매각을 기획하고, 도성환 대표이사가 이를 적극 도운 것으로 보인다"며 "론스타와 다를 바 없는 테스코 자본의 먹튀 행각에 사법부의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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