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공장 생산현황에 빨간불이 켜지면 조장이 난리를 칩니다. 파견노동자들은 고개도 못 들고 벌벌 떨죠. 주문량이 떨어지면 해고되고 기숙사에서 쫓겨나요. 해고된 파견노동자들은 벼룩시장 구인란에 줄 쳐 가며 다시 일자리를 구합니다. 해고된 곳에서 전화가 오면요? 당연히 일하러 가야죠. 앞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안산·시흥스마트허브(옛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파견노동자로 일하는 유아무개씨의 말이다. 유씨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시절부터 일했지만 아직도 파견노동자다. 유료직업소개소에서 일자리를 소개받은 그는 예닐곱 차례 업체를 바꿔 가며 일했다. 언젠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잘렸다. 파견노동자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2012년 실시한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파견노동자 2만2천910명 중 1만8천251명(79.6%)이 근무기간 3개월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전국 파견노동자 중에서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해고된 비율은 37.1%다. 안산·시흥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자들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조업 파견노동 현황 및 해법 찾기’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부좌현·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주최했고,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센터가 주관했다.

있으나 마나 한 노동부 근로감독

지난달 25일 파견업체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이아무개씨는 일하면서 '법의 장벽'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씨는 유료직업소개소 소개를 받아 의약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근로감독을 나올 때마다 3일간 휴가를 받았다. 이씨는 “파견업체에서 전화로 휴가통보를 하면서 (근로감독관이 전화를 하면) 며칠부로 그만뒀다고 말하라고 지시했다”며 “4대 보험도 안 들었는데 가입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이씨에게 전화를 한 파견업체는 파견법을 위반했다. 직접생산 업무에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3년 안산·시흥 지역에 등록된 유료직업소개소는 499개다. 경기도 전체 직업소개소(2천206개)의 22.6%를 차지한다.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를 받아 일당을 받는 노동자나 정규 직원이 아닌 생산직 직원들은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과정을 보더라도 사용사업주가 광범위하게 개입해 직접적인 지휘·관리가 시행되는 만큼 불법파견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행법이 직접생산 업무에 근로자 파견을 금지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노동부 근로감독이 부실해 파견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파견에 대해 모르고 사업주도 노동부가 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불법파견 신고센터와 지역 맞춤형 취업서비스 시급

김진숙 센터 정책팀장은 “노동부가 2013년 공단에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지만 일정 기간 일부 파견시장을 위축시켰을 뿐 장기적으로는 파견·사용업체의 내성만 키웠다”며 “노동부의 일반적인 감독과 형식적인 특별근로감독으로는 불법파견 시장을 근절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이와 함께 "노동부 안산지청이 불법파견 감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신고 즉시 조사가 이뤄진다면 불법파견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역 맞춤형 공공 취업서비스도 제안했다. 안산·시흥스마트허브는 20인 미만 사업체가 91.1%나 된다. 공공 취업서비스 담당자가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영세기업의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직무능력을 교육하는 등 지역 맞춤형 일자리 알선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관계자는 “공공 취업서비스에 공감한다”며 “안산지역 유관기관이 대책기구를 설립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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