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

소위 ‘열정페이’라고 하는 청년노동 착취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 노동시장 영역에서 수요와 공급의 지나친 불균형으로 인해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그 실체는 꿈을 향한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용해 무급 또는 저임금 노동을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고 제공받는 기성사회의 불의함이다.

열정페이 늪에 빠진 청년노동자들은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초저임금 상태에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은 5천580원이다. 수습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한 대로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 월 209시간 일했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한 달에 104만원을 줘야 한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이 올해 1월 청년과도기 노동자 2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급여를 아예 주지 않는 곳이 22%나 됐고 급여를 주는 경우라도 평균급여가 66만7천원에 불과했다. 1주 평균 출근일은 5일이며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이었다. ‘교육’이 목적임을 표방하는 사업장임에도 교육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곳이 66%였다.

열정페이 문제가 발생하는 청년의 과도기적 노동(청년과도기노동)의 형태는 현장실습·산학협력·산업연수·경험형 인턴·수습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청년과도기노동을 특별히 정의하거나 일반적인 노동과 달리 취급하는 근거규정은 없다. 즉 원칙적으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임에 틀림없다. 다만 사용자측에서는 청년과도기노동의 특성상 교육 또는 실습의 목적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최근 몇몇 국회의원은 청년과도기노동에 대한 특별정의와 보호규정을 근기법 등 개정을 통해 입법하고자 한다. 근기법상 근로자 외에 ‘특별’노동자 개념을 입법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물어보면 이견이 없을 수 없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노동 영역의 소외를 합법화·공고화하는 사정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열정페이 청년과도기노동이 만연해 있어 보호가 시급하기에, 입법안 또는 입법 자체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아래와 같이 사회·정책적 해결방안의 기본적 구상을 제안해 본다.

첫째, 주된 목적이 교육·실습인 청년과도기노동의 정의를 명확화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기준수립이 필요하겠다. 이에 따라 규정된 정의에 맞게 교육·실습이 운영되도록 선도하거나, 정의규정에 맞지 않는 노동착취 형태를 걸러 낼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노동부는 ‘무급인턴’과 관련해 연방대법원 판례로부터 6가지 기준을 추출해 규정했다. 기준의 주요 내용은 ① 교육일 것 ② 정규직 노동의 대체가 아닐 것 ③ 사용자가 이윤을 얻는 노동이 아닐 것 등 세 가지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청년과도기노동은 ① 교육이 아니거나 교육조차 불필요한 단순노무제공 ② 정규직 노동의 대체적 성격 ③ 상시·일상노동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 효과 또는 직접적 이윤 향유를 목적으로 한다. 미국 판례 기준과 정확히 반대된다.

둘째, 산학협력·현장실습의 경우 허용업종과 불가업종을 정하고 정부인가를 얻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육 목적으로 시행되는 청년과도기노동이 실제로는 교육이 필요 없는 단순노무 제공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므로, 산학협력·현장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고 정부(노동부 장관·교육부 장관) 인가를 요건으로 두면 위법한 노동착취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산업체에 대한 정기감사제도 및 실습일지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감사 내용은 앞에서 설명한 정의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 허용업종·금지업종 해당 여부, 정부 인가기준 부합 여부, 기타 교육일정·교재, 산업안전, 관리자의 성폭력예방교육 이행 여부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감사 결과 기준에 미달하면 과태료 혹은 인가취소 등의 제재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넷째, 근로자성에 대한 전국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노동부의 전국 규모 특별근로감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물리적 한계에 따라 업종을 우선 일부 지정하더라도 미용, 제과·제빵, 조리, 대학산학협력 현장 등 특히 문제가 드러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현재 열정페이에 대한 노동부·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당사자 신고나 고발 없이는 먼저 나서기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회경제적 약자인 탓에 신고·고발을 하기 어렵다.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제도적 필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문에서 제시한 몇 가지 안을 포함해 열정페이 문제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