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지역 금속사업장 노사 대표가 3일 오후 지부집단교섭 조인식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박근혜 정부 식 노동개혁에 반기를 든 노사가 있어 주목된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 경주지역 사업장 대표자들은 3일 오후 경주 켄싱턴리조트에서 지부집단교섭 조인식을 갖고 “회사는 직무능력 및 성과평가 결과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집단교섭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날 조인식에는 다스·디에스시·세진·에코플라스틱·ITW코리아·엠에스오토텍·현대아이에이치엘 등 7개 사업장 노사 대표가 참석했다. 대부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견 제조업체들이다.

이상한 합의라고? "현행 노동관계법 준수 선언"

이들 노사는 집단교섭 합의서에 저성과자 해고 관련 조항을 비롯해 △취업규칙·사규 등 제 규정 변경시 기존 단체협약(단협·노사합의서·중앙협약·집단교섭 합의서 등) 준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근로자 개별동의 방식 금지 △임금체계 또는 직제 개편시 사전에 조합과 합의 후 실시 △임금체계 개편시 기존 임금수준 저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부와 여당이 정규직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노동개혁의 초점을 노조 무력화에 맞춘 가운데 노사 대표들이 자율교섭을 통해 정부의 정책방향에 정면으로 맞서는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이다.

정진홍 노조 경주지부장은 “합의안에 담긴 내용 대부분은 현행 노동관계법이 보호하고 있는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교섭 초기 노조요구안에 난색을 표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현행법을 벗어나는 내용이 아니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노사교섭 트렌드에 반하는 이상한 합의가 아니라 현행법 적용범위 안에서 노사가 합리적 선택을 한 결과라는 뜻이다.

"부모 월급 깎는 노동개혁 말고, 산별교섭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

금속노조 대구지부와 부산양산지부도 유사한 내용의 집단교섭 합의서를 도출했다. 대구지부 소속 한국델파이·대동공업·동원금속·한국게이츠·갑을메탈·삼우정밀·델타캐스트 노사는 △취업규칙 및 조합원의 신분·근로조건·처우 관련 규정(사규) 개정시 기존 합의(단협·노사합의서·중앙협약·집단교섭합의서) 훼손 금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근로자 개별동의 방식 금지에 합의했다.

부산양산지부 소속 대우버스·비엠금속·이원정공·태평양밸브·동보체인·신신기계·진흥철강 노사는 △단협에 위배되는 조합원의 근로조건 관련 제 규정·규칙을 제·개정할 때 사전에 조합과 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근로자 개별 동의방식 금지 등의 내용을 합의서에 담았다.

금속노조 소속 지역지부의 합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개별기업 노사관계 틀을 넘어 산별교섭으로 노동조건 저하 금지 합의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들은 그동안 산별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해 왔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비없세) 집행위원은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경주 다스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정규직 293명을 채용했는데 이는 전체 인원의 27%나 된다”며 “부모세대 봉급을 깎는 박근혜 정부 식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해 매년 사내하청 노동자 10%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