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재발 방지 대책으로 대두된 포괄간호서비스제도 조기 정착과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인력부터 늘려야 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인력확충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올해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해야"

김용익·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 보건의료노조와 2015 노사공동포럼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포괄간호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를 위한 국회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토론회에서 "인건비가 병원 매출액의 50%를 차지할 만큼 의료는 노동집약적인 전문서비스로 인력은 의료공급체계 개선의 핵심 요소"라며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으려면 국가가 주도하는 보건의료 인력확충과 관리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건의료정책에서 인력 문제를 따로 다루지 않으면서 인력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병원·병상·장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50% 더 많지만 병원 인력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보건의료 종사자는 3.7%에 불과해 미국(7.7%)이나 독일(11.7%)과 대조된다. 비슷한 규모의 병원을 비교해 보면 820병상의 한국 A병원이 의사 342명과 간호사 646명을 확보한 반면, 909병상의 미국 B병원은 의사 649명과 간호사 2천956명이 일하고 있었다.

의료 질 하락도 문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1980년 초까지 병상당 직원수는 평균 1.6~1.7명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0.9~1.0명으로 줄었다. 실제 환자를 전담하는 병상대비 인력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인력 양극화 문제에 더해 병원 내 비정규직 확산 경향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 단장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올해 안에 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지원특별법은 보건의료인력 수급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5년마다 정부 차원의 보건의료인력지원종합계획 수립과 시행 △보건의료인력지원 전담기관 설치 △보건의료인력 수급·교육·복지·고용 지원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간호인력 모자라 포괄간호서비스 정착 어려워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간호서비스제도 정착을 위해서도 인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됐다. 김현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포괄간호서비스의 기본원칙"이라며 "포괄간호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간호인력 이직률 낮추기와 의료기관 유인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1994~1997년 동안 신간호제도를 도입했다. 적정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간호료 보상과 미이행기관에 대한 제재조치를 병행하며 인력을 늘렸다. 그 결과 현장 의료인력은 2배로 늘었고 간병인 제도는 폐지됐다.

김 교수는 "한국은 간호사 이직과 중도퇴사율이 높아 평균 재직기간이 8년에 불과한데, 이게 숙련간호사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근로조건 등 이직·퇴사의 원인이 되는 여러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인력수급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충주의료원의 이명옥 간호사도 인력부족 문제를 거론했다. 이명옥 간호사는 "환자들이 속옷까지 빨아오라고 시킬 정도로 요구는 많아지는데, 의료원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인력난의 원인이 되는 민간병원과의 임금격차 해소대책과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정부도 이제 정책 패러다임을 병원의 양보다는 환자 안전과 서비스 질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인력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유휴 간호인력 재취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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