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 공인노무사(전국철도노동조합 법규국장)

대상판결/ 청주지방법원 2014고단303 업무방해

1. 2013년 철도노조 파업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와 2013년 8월께부터 임금 및 철도민영화 등 현안에 대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이 결렬됐고, 2013년 11월께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을 종료했다. 철도공사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결의 임시이사회를 12월10일에 개최할 것을 결정했고,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결정한 바와 같이 이사회 개최를 강행할 것을 천명하자 철도노조는 12월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공사와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해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파업참여자 전원(8천600여명)을 직위해제했다. 불법파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116억원을 가압류하고 철도노조 및 철도노조 간부를 상대로 16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99명을 해고하는 등 조합간부 404명을 파업을 이유로 중징계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파업을 주도한 조합간부 19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위원장 등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14년 12월22일 무죄를 선고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12.22 선고 2014고합51 판결). 위원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동일한 사건을 맡은 다른 법원에서는 재판을 진행하지 않았으나, 청주지방법원은 계속 재판을 진행했고, 7월14일 피고인인 오송고속전기지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 대상판결이다(청주지방법원 2015.7.14 선고 2014고단303 판결).

2.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쟁의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로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고, 쟁의행위가 위법하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근로자들이 인사상·민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과 철도공사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 파업은 수서발 KTX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결의 저지가 그 목적으로 부당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조정절차 종료 전에 이뤄져 절차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자주적 결정에 따라 파업에 돌입한 점, 이 사건 파업은 순수한 정치파업이 아닌 경영간섭 파업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연관돼 있는 점, 철도공사는 파업 대비 대책을 마련한 점, 대체인력의 투입, 파업 참가 노조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위해제, 파업 전후 철도공사 및 철도노조의 공개적인 의사표시 등을 고려할 때 철도공사가 규범적·객관적으로 파업을 예상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필수유지업무는 유지된 점, 철도공사의 피해 및 손해는 이 사건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해 철도공사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 ‘전격성’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우려

대상판결은 "쟁의행위로서 파업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법리(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 따라 사용자의 파업에 관한 객관적 예측가능성, 쟁의행위 대비가능성 여부를 살피고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위험은 이러한 전격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아 전격성을 부정하고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전격성’의 판단은 사용자의 주관적 인식가능성이 아니라 ‘규범적 예측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와 같이 전격성을 ‘규범적 예측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파업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례법리를 변경 전 판례법리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이고 여전히 파업을 범죄로 단정하는 주장과 다름 아니다) 철도공사의 파업에 대한 대비나 대체인력의 투입시기, 파업 참여 조합원들에 대한 직위해제, 파업 전후 철도노조와 철도공사의 공개적인 의사표시 등을 고려할 때 파업의 정당성이 부정된다 할지라도 ‘객관적·규범적’으로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평가해 검사의 주장을 배척한 점은 타당하다. 철도노조 위원장에 대한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사회통념상 일반인으로서 가능한 인식’을 기준으로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부분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해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명백하지 않으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자의적인 법 적용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소수의견은 또 "쟁의행위로서 정당성 요건을 흠결한 때에는 전격성이 없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거의 상정하기 어려워 위력의 개념을 제한 해석한 의미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8.20 선고 2011도468 판결)에서 현실화됐다. 즉 대법원은 “필수공익사업을 경영하는 철도공사로서는 철도노조가 위와 같은 부당한 목적(구조조정 실시 저지)을 위해 순환파업 및 전면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고 비록 그 일정이 예고되거나 알려지고 필수유지업무 근무 근로자가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해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동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보도자료1)를 통해 “철도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사항을 주된 목적으로 해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검찰 주장과 같이 파업의 목적이 부당할 경우 ‘규범적 예측가능성’이 부정돼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사실상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과 같이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보도자료2)를 통해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거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행사를 무분별하게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고 이러한 취지를 고려해 전격성과 심대한 혼란 등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대상판결 역시 쟁의행위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이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결내용이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돼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되기를 기대한다.
 

각주

1) ‘2009년 철도파업 사건’ 보도자료(2014년 8월20일자)

2) ‘쟁의행위로서의 파업과 업무방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보도자료(2011년 3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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