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협상에서 내년 최저임금(시급 6천30원)만큼 시급을 올려 달라는 노조 요구를 묵살했던 홈플러스가 무려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가치를 줄여 매각을 손쉽게 하는 동시에 매각에 따른 양도세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기업의 ‘피도 눈물도 없는’ 먹튀 행각에 노동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테스코는 1조3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현하는 방안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가 주주로서 현금배당을 받아 가는 대신, 배당으로 줄어든 홈플러스 가치만큼 인수대금을 깎아 주겠다는 제안이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 1조5천680억원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264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물류센터 건립과 신규점포 개장에 대부분 투자됐다. 결국 1조3천억원의 현금배당을 하려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럴 경우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00% 초반에서 300%대로 높아진다. 재무구조 악화는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불안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노조는 성명을 내고 테스코의 현금배당 방침을 규탄했다. 노조는 “테스코의 거액 배당은 매각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노골적인 탈세 행각에 해당하고, 형식적으로 매각대금을 낮춰 먹튀 행각을 가려 보자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지난 15년간 회사를 위해 헌신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외면하고 기업의 미래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테스코가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벌인 지난 15년간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은 총 8천113억원이다. 이마저도 홈플러스 회사채에 대한 이자수익과 배당·로열티 등 명목으로 대부분 회수한 상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