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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처음부터 절름발이였던 노동개혁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노총에 노사정 대화 복귀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지난 20일. 이 장관은 “(노동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동차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노동연구원이 진행했다는 연구 결과를 거론했다. 기아자동차 2차 부품사의 사내하청 직원 연봉이 2천200만원으로, 기아차 정규직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차이 난다는 내용이다.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 시행은 물론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광주광역시가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뢰한 것이다. 그런데 이기권 장관이 언급하지 않은 게 있다. 해당 연구는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의 격차를 해소하면서, 지역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직무급을 지향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기아차 정규직과 달리 광주시에 만들어질 새 자동차 공장 정규직에게는 적정임금을 주는 대신, 하청업체에는 적정단가를 보장하고 하청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 장관이 그동안 주장한 내용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제시한 핵심은 따로 있다. 요약하면 △경쟁력(생산성) 강화와 고용보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무분별한 외주화 금지 △노조활동 보장과 산별노조 강화 △노동자의 적극적인 경영참가다. 정부·재계가 외면 또는 무관심하거나 반대하는 주제들이다.

연구원의 보고서는 광주지역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나 전체 노동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장관은 보고서의 핵심은 빼먹고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만 강조했다. 평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광주형 일자리 연구보고서까지 인용하면서 말이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정부의 좁고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실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에서도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나 노사정 파트너십 강화, 생산성 향상, 일터혁신 의제는 후순위로 빠져 있다. 노사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추후에 계속 논의한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내에 노동개혁을 끝낸다는데, 나중에 논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의 타깃이 현대·기아차 정규직이었다면 의제라도 제대로 잡았어야 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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