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증요법은 원인 제거보다 증세를 완화하는 치료를 말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대증요법은 단기적인 해법을 가리킨다. 청년실업이라는 암 덩어리는 외환위기 후 전이되기 시작해 한국경제의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았다. 200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실업에 대한 대증요법은 무엇일까. 청년고용할당제가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청년고용할당제는 낯설지 않다. 18대 국회 시절인 2010년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2004년 제정됐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경우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이 법안은 내용만 보면 청년실업의 대증요법처럼 보이지만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다. 공공기관에 청년채용을 ‘권고’하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고용률 3%를 준수하는 공공기관은 많지 않았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원조랄 수 있는 벨기에의 로제타법에도 한참 못 미친다. 로제타법은 50인 이상 전 기업에 정원의 3%씩 청년채용을 할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준수하는 기업에겐 사회보장금 분담금을 면제해 주고 어기는 기업에겐 벌금을 부과했다. 당근과 채찍이 분명하기에 법안의 실효성이 높았다. 벨기에 정부는 2000년 해당 법안을 시행한 뒤 1천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청년 5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홍희덕 전 의원은 로제타법에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을 착안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이 정원의 5%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종전 할당률 ‘3%’를 ‘5%’로 확대하고, ‘권고’를 ‘의무’로 격상했다. 또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민간기업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대기업에 청년고용을 할당한 셈이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도 유사한 방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5년 시한의 청년고용특별법을 제정해 100인 이상 기업에서 근로자의 2.5%에 해당하는 청년을 추가로 채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통합당은 공공기관을 포함해 300인 이상 사업체에 매년 3%의 추가 고용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로제타법과 유사한 청년고용할당제를 청년실업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런 제안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19대 국회에서 법률 개정에 반영됐다. 하지만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골격은 그대로 두고 공공기관의 3% 청년고용률을 의무화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여야 모두 민간기업에도 청년고용을 할당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정부와 경영계가 반대하자 국회가 꼬리를 내리고 만 것이다.

2013년 법률 개정 과정에서 민간기업에 청년고용 할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면 어땠을까. 이런 선제적인 조치를 했더라면 ‘청년 고용절벽’이라는 신조어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임금피크제를 청년실업 해법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청년실업 비상시국'이다. 정부가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존 정책을 짜깁기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20만명의 청년에게 약속한 일자리는 직업훈련·인턴·일학습 병행제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젠 대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비록 대증요법이지만 대기업에 대한 청년고용할당제로 청년실업 암 덩어리 확산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30대 재벌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710조원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청년고용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층이 10년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홍희덕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부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대안까지 해법은 이미 제시돼 있다. 이를 반영해 미완의 그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19대 국회는 말로만 떠들지 말고, 청년고용과 관련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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