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연봉 4천만원짜리 정규직 자동차 공장을 짓자.”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이처럼 다소 무모한 제안으로 시작됐다.

광주형 일자리, 우려하는 두 가지 시각

무모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억원대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 기존 완성차 공장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제안은 “임금을 깎겠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노동계의 의구심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장을 짓더라도 저임금 사내하청 노동자로 차를 만드는 ‘제2의 동희오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무모하게 보인 더 큰 이유는 “누가 광주에 자동차 공장을 지으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좁은 내수시장과 수출증대에 따른 통상마찰, 환리스크,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광주에 새로운 완성차 공장을 짓자는 제안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광주시의 의뢰를 받아 한국노동연구원이 연구를 수행해 작성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보고서를 살펴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핵심 키워드는 ‘혁신’과 ‘연대’다.

혁신의 요체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버는" 생산시스템 구축이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이 독립법인을 세워 기존 현대·기아차 노동자보다는 적지만 광주지역 노동자 평균임금보다는 많은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정규직 공장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새로운 실험에 동참하는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전제로 △노동이사제 도입 △노사협의회 강화 △단체교섭의 외부화(산별교섭체계 도입) △자율적인 작업팀 형성과 같은 혁신의 주체가 된다.

노동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유연 3교대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단축과 공장 가동시간 증가도 주문했다. 이른바 ‘참여형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다.

핵심은 공장 신설과 노동계 참여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지향하는 또 다른 가치는 ‘연대’다. 노동자 참여를 전제로 고효율을 지향하는 새로운 실험공장(pilot factory)은 지역 산업생태계, 특히 고용창출과 격차해소에 기여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규공장 임금수준을 낮추는 대신 부품사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는 공장을 짓는 일이다. 보고서는 완성차 기업에 대해서도 △국내공장 생산성 제고 △글로벌 허브로 국내공장 육성 △수익의 국내 환류(낙수효과) △친환경차 양산을 위해 국내 투자가 유의미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그동안 갈등적 담합관계에 안주해 온 완성차 노사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스스로 변할 동력이 없다면 변화 모델이라도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나 미국 지엠의 '새턴' 프로젝트를 통해 시도된 바 있는 내용이다.

연구 책임자인 박명준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공생의 가치가 약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고 희망을 일으키려는 보편적 시도이지만 이러한 길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고, 이해주체들의 자각과 자극 없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노동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새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