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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기업 자본주의화의 한 사례

베트남 제일 도시 호찌민에 와 있다. 섬유·봉제·신발산업 노동조합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의 정치 수도는 하노이지만, 경제 수도는 호찌민이다. 하노이 인구는 700만명, 호찌민 인구는 800만명이다. 호찌민 지역의 총생산은 500억달러에 달하며, 인근 빈즈엉성과 동나이성을 아우르며 베트남 최대 산업벨트를 형성한다.

회의 활동의 일환으로 호찌민시에 위치한 탄꽁(Thanh Cong) 회사를 방문해 공장을 견학했다. 호찌민이 사이공으로 불리던 시절 자본주의 시기였던 1967년 종업원 500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국내 시장을 상대로 직조와 염색을 하다가 75년 ‘해방’을 맞았다. 해방 이후에는 국영기업이 돼 정부가 짜 주는 계획대로 생산하고 정부에 생산품을 팔았다. 하지만 계획에 따른 회사 운영은 5년을 넘기지 못했다. 80년부터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하기 시작해 85년에는 첫 수출을 했다. 공산당이 86년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 시행하기 전 시범사례로 진행한 것이다.

시장경제로의 개혁이 본격화한 86년부터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술혁신을 실행해 편물과 봉제사업을 추가했다. 2006년 이후 외자유치를 시작해 2009년 한국 자본(이랜드아시아홀딩스)에 지분 44%를 넘겼다. 지금은 방적·직조·편물·염색·봉제로 일관화된 의복 생산과 더불어 패션·디자인의 고부가가치 사업, 그리고 호텔·유통업·리조트 등 부동산사업으로 다각화했다. 이것은 이랜드가 한국에서 진행했던 패턴을 빼다 박았다.

전체 종업원수는 4천750명, 76년 설립된 노조 조합원수는 4천489명으로 노조 조직률은 90%를 넘는다. 이사 14명 중 한국인이 10명이나 된다. 베트남인 이사는 회장을 포함해 4명이다. 인사이사와 회계이사는 베트남인이다. 노동자 임금은 총액 기준 월 550만동(약 29만원)이고, 노동시간은 법정 주 48시간에 더해 월 단위로 30~50시간 연장근로를 한다. 한 달 인턴을 거쳐 1년 기간제 계약을 두 번 맺은 후에 정규직 자격이 주어진다.

여성 노동자가 전체 종업원의 90%에 달하며 다수가 미혼이다. 결혼 및 전직을 이유로 한 이직률은 30%나 된다. 인턴은 월급으로 400만동(약 21만원)을 받는데, 이는 호찌민 지역 법정 최저임금 20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지분 소유에서 아직은 공기업적 성격이 크다 보니, 노조 소속은 호찌민 지역연맹이 아닌 섬유·의복노조(조합원 12만명, 단위사업장 120개)다. 올해 단체교섭에서 임금 8.8% 인상에 합의했는데,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은 15%였다. 단체교섭은 임금·수당 등 경제적 문제에 국한된 한계를 보인다. 물론 교섭은 기업별교섭이며 상급단체의 역할은 별로 없다.

베트남 노동조합은 공산당 조직편제를 따른다. 산업별노조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지역조직 중심 체제다. 쉽게 말해 노총 지역본부가 단위노조를 관장한다. 베트남노총(VGCL)은 전국 63개 성에 구성된 63개 지역연맹을 통해 사업장 노조와 연결된다. 20개 산별노조가 있지만 정부 부처에 기반해 공무원노조나 공기업노조로 기능할 뿐이다. 노동조합 조직구조가 지역 중심이다 보니 민영화가 진행될수록 공무원과 공기업에 바탕을 둔 산별노조는 지역연맹에 단위노조를 빼앗긴다.

섬유·봉제·신발 산업도 마찬가지다. 63개 지역연맹이 관련 산업의 단위노조를 분할지배하는 형태다. 과거 국영기업이었다가 외국자본의 지분 참여로 합작회사로 전환한 기업들 중 정부 지분이 50%를 넘는 업체들은 여전히 산별노조에 남아 있다. 민간 지분이 50%를 넘어서는 순간 단위노조는 지역연맹행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소개한 탄꽁 회사 노조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다.

노동조합 구조가 이렇다 보니 조직화 사업과 단체교섭에서 초기업별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과 업종의 동질성은 부정되고 무시당한 채 63개 지역연맹 산하에 묶여 기업별노조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사관계는 기업별, 심지어 공장별로 파편화·분산화돼 있다. 베트남노총 산하 조직의 조합원수가 900만명에 이르고 조직된 사업장수가 10만개를 훨씬 넘지만 사업장 안 노동조합의 힘은 형편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있으나 마나 한 노동조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6천개 사업장에 300만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섬유·봉제·신발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노조 조직률은 5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산업별이 아니라 지역별로 묶여 있다 보니 산업 전반의 노동조합 상황에 대한 자료와 통계를 찾기 힘들다. 탄꽁 회사 노조는 섬유의복산업노조에 속해 있는데, 산업별 관점과 전망을 갖지 못하고 기업별노조로 기능한다.

세계 자본주의로 급속히 편입되면서 베트남 노동자들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노동조합 조직구조는 기회보다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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